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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선거

안철수, 박원순 공개지지로 대선 전초전 된 서울시장 선거

by 아잘 2011. 10. 26.
매일경제 http://mnews.mk.co.kr/mnews_102506.html


안철수, 박원순 공개지지로 대선 전초전 된 서울시장 선거
박근혜·안철수 중 한명은 타격 불가피
安, 적극 개입엔 부담…지원유세 안해
한나라당은 "박원순, 협찬 후보" 맹공


기사입력 2011.10.24. 16:44:38  최종수정 2011.10.25.09:25:51

(대구=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4일 대구 북비산네거리에서 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유세차에 올라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4일 박원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하면서 막판 선거 판세가 다시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

그동안 서울대 교수 신분이라는 이유로 정치 행보를 자제해왔던 안 원장의 이날 공개 지지 선언은 그가 이제 정치판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10ㆍ26 재보궐선거가 단순히 서울시장 등 결원이 생긴 지방자치 일꾼을 새로 뽑는 선거가 아니라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큰 판`으로 형질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 박근혜-안철수 대결 본격화

= 안 원장의 이날 박 후보 공개 지지 선언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본격적인 대권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선거 초반부터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도와 적극적으로 서울 전역에서 지지 유세를 펼치고 있다. 박 전 대표와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결과를 보이고 있는 안 원장은 박원순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각에선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 재편 가능성과 함께 경우에 따라 `빅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안 원장의 지지 선언으로 박 후보가 승리를 낚아챌 경우 안 원장의 야권 내 영향력은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게 격상된다. 반면 민주당 등 기존 야권의 세력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면 나 후보가 승리할 경우엔 안 원장 역시 정치적으로 당분간 수면 아래로 잠복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6ㆍ2 경기도지사 선거와 4ㆍ27 재보선 김해을 선거에서 패배를 경험했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걸었던 행보와 유사할 수 있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권이 패하면 당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수도권 득표력에 물음표가 던져질 수 있다"며 "여권 내 대권주자로서의 위치는 변함이 없겠지만 흔들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동구청장 지원차 부산으로 이동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안 원장의 박 후보 지원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오늘은 별로 할 얘기가 없는데…"라며 직접 반응을 삼갔다. 자신이 안 교수의 등장에 예민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선거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왼쪽)이 24일 서울 안국동에 위치한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의 선거캠프에서 박 후보와 나란히 서서 활짝 웃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안철수 효과는 얼마나

= 안 원장의 이날 방문으로 박 후보 측은 선거 당일 투표율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박 후보 측은 선거기간 나 후보 측으로부터 병역 의혹, 대기업 후원금 문제 등 집중적인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렸다.

TV 토론 등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자 이탈층도 늘어났고 선거 초반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냈던 지지율 격차도 박빙으로 좁혀졌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안 원장 공개 지지 선언 이전 자체 여론조사 결과 단순한 지지율은 박빙이었으나 적극 투표층에서는 나 후보에게 크게 뒤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원장이 선거 이틀을 남기고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재차 확인하면서 무당파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도보수 진영의 표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박 후보 측 진영의 희망 섞인 평가다. 박 후보 측 우상호 대변인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안 원장의 영향력으로 일부 보수 성향의 표도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며 "움직이지 않았던 4~5%의 부동층이 투표장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나 후보 측은 안철수 효과는 이미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나 후보는 이날 마포구 월드컵공원 앞 유세에서 "그동안 우리가 이겨 왔다는 것을 그들이 인정하는 것"이라며 "정책에서, 소통에서, 후보 검증에서 우리는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 전망은 엇갈렸다. 김준석 교수는 "안철수에 의해 반한나라당 표가 결집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며 "박원순만으로는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사람들이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원순에서 떨어져 나온 표가 안철수 때문에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박원순 지지층 결속도가 높아지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 지지층 결속도가 같이 높아지면서 투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지원 유세 안한 이유는

= 안 원장은 이날 단순한 `방문`으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예상했던 공식 기자회견이나 현장 지지 유세는 이뤄지지 않았다.

안 원장은 이 자리에서 박 후보에게 응원 메시지를 담은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전달했다.

그는 편지에서 1955년 미국 흑인 인권운동 촉발의 계기가 된 로자 파크스 사건을 언급한 뒤 "선거 참여야말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이며,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이며,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투표율이 60%를 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박 후보 측 송호창 대변인은 "이날 방문은 안 원장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며 "특히 60%의 투표율을 기대하고 네거티브 선거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이날 발언만으로도 충분한 지지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선숙 선대본부장도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가장 큰 지원"이라며 "젊은층에 투표 참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립대 교수 신분인 안 원장이 적극적으로 선거판에 뛰어드는 것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안 원장의 서울대 영입에 관여한 한 교수는 "안 교수를 정치권이 이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근우 기자 / 장재혁 기자 / 이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