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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선거

선거당일 조선일보 사설

by 아잘 2011. 10. 26.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25/2011102501589.html?news_Head1

[사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의 나라와 정치

입력 : 2011.10.25 22:52

오늘은 서울시장을 뽑는 날이다. 부산 동구청장을 비롯한 11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세훈 전(前) 시장이 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가 전면적 무상급식을 도입하려는 것에 반대하며 서울시민의 직접 판단을 구하려 했던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사퇴함에 따라 치러지는 선거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당 방침을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전면 무상급식을 할 수 있도록 바꿈에 따라 무상급식 문제는 선거의 중심 이슈에서 밀려났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범(汎)야권의 박원순 후보가 오세훈 시장 시절의 서울시정(市政)과 이명박 정권의 문제를 함께 묶어 공격하고 '1%의 가진 자에 대한 99%의 불만'을 선거전 전면(前面)에 내걺으로써 사실상 내년 총선과 대선 전초전처럼 진행됐다. 민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등 모든 야당 세력이 박 후보 진영에 결집하고 선거판세가 예측불허로 바뀌자 박 후보를 범야권 단일후보로 만든 안철수 서울대교수까지 박 후보 측 긴급 요청에 따라 지원에 나섰다. 이에 맞선 한나라당도 내년 대선의 사실상 당내(黨內) 유일(唯一)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선거지원에 나서 나경원 후보와 함께 거리유세를 펼치고 전국을 돌아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전을 방불케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선거 초반 두 후보는 잠시 정책 대결 모습을 보이다가 박 후보가 7개의 저서에 서울대 사회계열 입학 학력을 서울 법대로 적고 작은할아버지의 양손(養孫)으로 입양돼 형과 함께 병역 단축 혜택을 보았으며 대기업 돈을 받아 시민운동을 해왔다는 의혹과, 나 후보가 부친이 세운 학교를 국회 국정 감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청탁을 동료의원에게 했고 피부를 가꾸려고 비싼 병원에 드나들었다는 의혹 등을 서로 공격하며 이내 진흙탕 선거전으로 바뀌었다.

상당수 서울시민들도 이번 선거를 여권의 '박근혜 대세론'과 야권의 '안철수 기대론'이 부딪치는 평가장으로 받아들인 감이 없지 않다. 박 후보가 이기면 야권은 안철수바람을 바탕으로 신당을 만들려는 세력과 민주당, 친노(親盧)파가 주도권을 다투게 되고 박 후보가 지면 안철수 기대론은 물건너가고 박근혜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나 후보가 크게 질 경우엔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의 동요가 커지고 여권의 대선구도를 둘러싸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나리오들이 꿈틀대기 시작할지 모른다. 이번에 서울시민들이 던질 한 표 한 표에 담긴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그 정치적 파장은 넓고도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