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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전통주

한국의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

by 아잘 2013. 2. 26.

한국의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

조선시대까지는 여러 전통 증류식 소주가 있었으나 일본침략기 시대의 수탈정책, 즉 양조세를 받기위해 일반인들의 술 제조를 금지시켜 명맥이 많이 끊어졌다. 자유당 시대만 하여도 증류식 소주가 있었으나, 5.16 후의 양곡정책에 의해서 1960년대부터 양곡에 의한 증류식 소주의 제조가 금지되어 희석식 소주로 바뀌었다. 지금도 시판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희석식 소주이다. 지금의 사정이 거꾸로 변하여 쌀이 남아돌자 1991년 7월 1일자로 다시 쌀로 술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증류식 소주 - 알코올의 끓는점은 78℃, 물의 끓는점은 100℃이다. 담근 술은 물과 알코올이 섞여 있으므로 78℃로 가열하면 이론상 알코올만 빠져 나오게 되어있다. 증기로 빠져나온 알코올을 차게 식히면 다시 알코올이 된다. 이것이 바로 증류식 소주이다. 이렇게 하는 것을 '받는다', 또는 '내린다'고 한다.

희석식 소주 - 고구마나 타피오카 등 싸구려 원료를 발화시켜 정제한 주정(에틸알코올)에 물, 조미료, 향료 등을 섞어서 소주 맛을 낸 알코올에 지나지 않는다. 싸구려 재료로 주정을 만들면 메틸알코올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제하여 메틸알코올을 제거하게 되며 이때 향기 성분과 맛 성분도 모두 제거된다. 희석식 소주에는 발암성이 문제되어 다른 식품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사카린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증류식 소주는 원래의 술에 들어있던 향기가 알코올과 함께 증류되어 소주에 들어가므로 매우 향기롭다. 그래서 증류에 사용하는 양조주의 종류에 따라 소주의 향기도 여러 가지가 된다. 서양 소주라 할 수 있는 위스키는 보리나 밀, 옥수수 등으로 빚은 술을 증류한 것이고, 브랜디(나폴레옹, 꼬냑 등)는 포도주(와인)을 증류한 것이다.

그러나, 희석식 소주는 향기라 할 것이 없다. 있다하더라도 인조향의 냄새에 지나지 않는다.

증류식 소주의 맛은 매우 품위있다. 맛은 마시자마자 바로 느껴지지 않는다. 뱃속을 들어갈 때까지 매우 부드럽고 향기로운 맛으로 느껴진 다음 뱃속에서부터 쌔하는 짜릿한 자극이 올라와 입을 통해 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은 처음에 약하지만 시간이 조금지나면 강해진다. 짜릿한 느낌이 사라지고도 30분정도는 향기가 입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희석식 소주는 입에 들어가자마자 써서 약 삼키듯 빨리 목을 넘기게 된다. 입안에 남아 있을수록 고통스러워 입을 가실 안주가 필요하게 된다.

증류식 소주는 만드는 방법이 위스키와 같으므로 (단, 위스키는 속성과정이 따로 있음) 물을 타면 향기와 맛이 순해질 뿐이다. 찬물을 타지 말고 덥혀마셔도 색다른 맛과 향기가 난다. 뚜껑을 따 놓거나 잔에 부어놓고 하루 지나도 맛과 향기가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희석식 소주는 물을 타면 먹을 수 없다. 전혀 술이 아닌 맛으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