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발표하는 서울시장 선거 관련 ‘정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어느 것은 박원순 후보가 앞서고 어느 것은 나경원 후보가 앞서는 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유심히 지켜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만한 의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조사 기관, 조사 방법, 조사 문항, 조사 대상 등의 차이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최근 RDD(임의전화걸기) 방법은 대세가 됐다. KT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집 전화 가구를 포함하기 위해서는 RDD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언론은 어떤 의도(?)에 따라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발표한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하면 실제 민심보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쪽 지지율이 더 나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후보 지지율을 높이고 싶으면 그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그 방법은 특정 정당 쪽에 유리한 방법이라는 것을 일반인도 알아 버렸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CBS노컷뉴스

언론이 속 보이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10월 19일 자정으로 언론이 공표할 수 있는 여론조사는 끝이 났다. 앞으로 발표되는 수치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 10월 19일 자정까지의 조사 결과이다. 20일 0시 이후 조사 결과는 선거법상 발표할 수 없다.

언론이 10월 20일과 21일 발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대부분 17~19일 사이에 조사한 결과이다.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 지지율 차이의 비밀, 그것은 무엇일까. 휴대전화 조사를 병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경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수치가 나온 여론조사의 공통된 특징은 집 전화 여론조사라는 점이다.

조선일보가 10월 21일자 지면에 중요한 내용을 전했다. 서울시민 중 휴대전화만 보유한 시민의 비율이 18.0%에 이른다는 점이다. 집 전화만 있는 가구는 2.9%로 나타났다. 주목할 대목은 휴대전화만 보유한, 집 전화는 없는 유권자의 경우 박원순 후보 지지가 훨씬 높다는 점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19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집전화+휴대폰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벌인 결과가 그렇다. 휴대전화만 있는 시민들의 경우 박원순 후보 지지율은 56.6%, 나경원 후보 지지율은 28.1%로 나타났다.

휴대전화만 있는 유권자들을 여론조사에서 배제할 경우 나경원 후보는 유리하고 박원순 후보는 불리한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만 있는 유권자들을 배제하는 것은 전체 서울시민의 민심, 선거 판세를 읽는 데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중 집전화+휴대전화 병행 여론조사를 시도한 언론은 KBS MBC SBS 합동 여론조사(10월 16~17일 조사), YTN 여론조사(10월 17~19일 조사), 조선일보 여론조사(10월 19일 조사) 등이다. 3곳의 여론조사 모두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수치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YTN 여론조사는 오차범위를 벗어난 5% 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조사의 경우 박원순 43.5%, 나경원 41.4%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실제 표심과 가장 가까운 여론조사는 어떤 것일까. KT전화번호부 등재 여론조사보다는 RDD 방법을 사용한 여론조사가, 집전화만 조사한 것 보다는 휴대전화 조사를 병행한 여론조사가 더 실제 표심과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여론조사는 실제 표심을 완전히 반영하기는 어려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을 들여 결과를 얻고자 하는 관행이 양질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이다.

또 다른 중요한 변수는 누가 여론조사에 응답하느냐, 바로 그것이다. 여론조사가 실제 표심을 반영하려면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이들과 응답을 거부하는 이들의 정치성향이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만약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이들의 구성을 살펴볼 때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이 더 많다면,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은 불이익 등을 걱정하면서 여론조사 응답에 소극적이라면 지금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실제 민심보다는 상대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결과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는 표심, 언론이 말하는 ‘숨은표’가 바로 그것이다.

10월 26일 밤 서울시장 선거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언론이 쏟아냈던 여론조사가 얼마나 실제 개표결과와 근접한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언론 입장에서는, 특히 ‘여론조사 정치’에 개입한 언론 입장에서는 10월 26일 밤을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지 않겠는가.

지난해 지방선거와 같은 ‘망신’이 재연될 수도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