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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완승, 젊은 층 몰표가 승리 요인 | |
기사입력 2011.10.27 01:01:52 | 최종수정 2011.10.27 01:14:45 |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가 2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선거 캠프에서 서울시장 당선이 확정되자 환하게 웃고 있다. <김재훈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됐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94.12%를 개표한 오전 1시01분 현재 박 후보가 53.27%를 획득해 46.34%를 얻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 완승했다.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이날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에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박원순 후보는 회견에서 서울 시민에게 감사를 표하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박 후보는 "나경원 후보를 지지한 시민들의 뜻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 이자리에서 서울 시민의 승리를 엄숙히 선언한다"며 "시민은 권력을 이기고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다"며 서울 시민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또 자신을 지지해준 범야권을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 후보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과 모든 시민 사회에 감사드린다"며 "더 큰 시민의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시정 운영에 대해 사람과 복지 중심의 시정이 구현될 것이라며 "내일 출근하면 제일 먼저 서민들의 월동 대책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 삶을 바꾸는 첫번째 시장`이란 구호는 커다란 것이 아니다"며 "시민의 삶에 작은 위로, 격려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그는 보편적 복지에 대해 서울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도 "앞으로도 같이 갈 분"이라며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이에 앞서 나 후보는 26일 오후 11시쯤 시내 프레스센터 내 선거캠프를 방문해 "이번 선거 결과에 나타난 시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정치권이 더 반성하고 더 낮은 자세로 나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투표 종료 직후 공개된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54.4%득표율을 보여 사실상 승리를 예고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은 45.2%에 머물렀다. 당초 두 후보가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일 것이란 예상을 깬 결과다.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권에 격변을 몰고 올 전망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구도의 변화는 물론 제3 신당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등 정가는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선거는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해왔던 20·30·40대 등 상대적으로 젊은 계층들이 대거 투표를 통해 정치 참여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6. 2 지방선거 등 최근 선거 때마다 힘이 커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선관위 등의 일부 단속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괴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또 지난 수십년간 영·호남간 대결구도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정치가 경제 양극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SNS라는 새로운 소통공간의 등장을 맞아 빠른 속도로 청년층과 중장년층간, 강남·북으로 상징되는 부자 대 서민층이란 대결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박원순 후보의 선전은 20~40대의 몰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박원순 후보는 20대에서 69.3%, 30대에서 75.8%, 40대에서 66.8%의 득표율을 기록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했다.
이번 결과는 오세훈, 한명숙 후보가 맞붙어 오세훈 전 시장이 승리했던 6.2 지방선거 당시보다도 야권이 젊은 층의 지지를 더 얻어낸 것이다. 당시 한명숙 후보는 20대에게 56.7%, 30대에게 64.2%, 40대에게 54.2%의 지지를 받았다. 박 후보는 연령대별로 10% 내외의 지지율을 더 확보했다.
나경원 후보는 50대에서 56.5%, 60대 이상에서 69.2%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오세훈 전 시장에 비해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졌다. 오 전 시장은 당선 당시 50대에게 57.6%, 60대에게 71.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투표에서 서울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지역구인 중구에서 출근 시간대 투표율이 20%대까지 치솟는 등 보수층 결집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맞서 대학생과 직장인 등 진보성향이 강한 20·30대들이 서로 투표 인증샷을 날려가면서 막판 퇴근길 투표 참여 열기를 불러일으키며 손에 땀을 쥐는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한편 이날 새벽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범야권 후보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디도스(DDoS)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6일 "이날 오전 중 선관위와 박 후보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에 수사관을 2명씩 급파했다"며 "박 후보 홈페이지는 새벽 1~2시부터, 선관위는 오전 6시부터 공격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근우 기자]
◆박원순의 사람들…진보진영 아우르는 거미줄 인맥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94.12%를 개표한 오전 1시01분 현재 박 후보가 53.27%를 획득해 46.34%를 얻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 완승했다.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이날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에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박원순 후보는 회견에서 서울 시민에게 감사를 표하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박 후보는 "나경원 후보를 지지한 시민들의 뜻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 이자리에서 서울 시민의 승리를 엄숙히 선언한다"며 "시민은 권력을 이기고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다"며 서울 시민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또 자신을 지지해준 범야권을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 후보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과 모든 시민 사회에 감사드린다"며 "더 큰 시민의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시정 운영에 대해 사람과 복지 중심의 시정이 구현될 것이라며 "내일 출근하면 제일 먼저 서민들의 월동 대책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 삶을 바꾸는 첫번째 시장`이란 구호는 커다란 것이 아니다"며 "시민의 삶에 작은 위로, 격려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그는 보편적 복지에 대해 서울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도 "앞으로도 같이 갈 분"이라며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이에 앞서 나 후보는 26일 오후 11시쯤 시내 프레스센터 내 선거캠프를 방문해 "이번 선거 결과에 나타난 시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정치권이 더 반성하고 더 낮은 자세로 나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투표 종료 직후 공개된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54.4%득표율을 보여 사실상 승리를 예고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은 45.2%에 머물렀다. 당초 두 후보가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일 것이란 예상을 깬 결과다.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권에 격변을 몰고 올 전망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구도의 변화는 물론 제3 신당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등 정가는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선거는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해왔던 20·30·40대 등 상대적으로 젊은 계층들이 대거 투표를 통해 정치 참여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6. 2 지방선거 등 최근 선거 때마다 힘이 커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선관위 등의 일부 단속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괴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또 지난 수십년간 영·호남간 대결구도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정치가 경제 양극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SNS라는 새로운 소통공간의 등장을 맞아 빠른 속도로 청년층과 중장년층간, 강남·북으로 상징되는 부자 대 서민층이란 대결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박원순 후보의 선전은 20~40대의 몰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박원순 후보는 20대에서 69.3%, 30대에서 75.8%, 40대에서 66.8%의 득표율을 기록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했다.
이번 결과는 오세훈, 한명숙 후보가 맞붙어 오세훈 전 시장이 승리했던 6.2 지방선거 당시보다도 야권이 젊은 층의 지지를 더 얻어낸 것이다. 당시 한명숙 후보는 20대에게 56.7%, 30대에게 64.2%, 40대에게 54.2%의 지지를 받았다. 박 후보는 연령대별로 10% 내외의 지지율을 더 확보했다.
나경원 후보는 50대에서 56.5%, 60대 이상에서 69.2%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오세훈 전 시장에 비해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졌다. 오 전 시장은 당선 당시 50대에게 57.6%, 60대에게 71.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투표에서 서울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지역구인 중구에서 출근 시간대 투표율이 20%대까지 치솟는 등 보수층 결집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맞서 대학생과 직장인 등 진보성향이 강한 20·30대들이 서로 투표 인증샷을 날려가면서 막판 퇴근길 투표 참여 열기를 불러일으키며 손에 땀을 쥐는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한편 이날 새벽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범야권 후보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디도스(DDoS)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6일 "이날 오전 중 선관위와 박 후보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에 수사관을 2명씩 급파했다"며 "박 후보 홈페이지는 새벽 1~2시부터, 선관위는 오전 6시부터 공격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근우 기자]
◆박원순의 사람들…진보진영 아우르는 거미줄 인맥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은 진보진영의 시민단체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다양한 정치세력의 지원으로 당선된 만큼 주변 사람들도 폭이 상당히 넓다.
이 때문에 박 당선인의 승리를 이끌 수 있었던 인사를 콕 집어 말하기 쉽지 않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
물론 박 당선인이 몸담았던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등 시민사회단체 출신 사람들이 중요할 때마다 박 당선인의 버팀목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서 상임고문을 맡은 서재경 전 대우그룹 부사장은 박 후보의 멘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 전 부사장은 스스로 "이념적으로는 중도, 전형적인 중산층"이라고 밝히며 진보성향으로 치우칠 수 있는 박 후보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일조했다.
박 당선인이 선거 출마를 결심할 때도 서 전 부사장과 깊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77년부터 1998년까지 22년간 대우그룹에서 중남미본부장, 부사장 등을 지냈으며 김우중 전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하던 시절 보좌역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역으로 은퇴한 서 전 부사장은 시니어들의 재능 기부로 젊은 일꾼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서당`을 운영했고 희망제작소를 운영하던 박 당선인이 그 취지에 감명을 받아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의 대표적인 정책 브레인인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실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을 거쳐 환경부 차관을 역임한 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 측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10대 희망공약`도 김 교수가 기틀을 마련했다.
박 당선인의 대변인으로 활약한 송호창 변호사도 차분하면서도 냉철하게 공보 담당을 맡아 주위의 호평을 받았다.
송 변호사는 미국 코넬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있던 도중 박 당선인의 요청으로 귀국해 대변인을 맡았다.
송 변호사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맡는 등 시민사회에 몸담아왔다. 특히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민변을 중심으로 주도적으로 시위 참여를 이끌었다.
민주당도 이번 선거에서 야권의 맏형 면모를 보여줬다. 이인영 최고위원과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은 선대본부에서 선거전략을 수립했다. 또 민주당 대변인을 지낸 우상호 전 의원은 송 변호사와 함께 공동대변인직을 수행했다.
김기식 `혁신과 통합` 공동대표는 조국 서울대 교수, 소설가 공지영ㆍ이외수 씨, 신경민 전 MBC 앵커 등 멘토단을 꾸리는 일을 기획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 출신의 하승찬 씨도 박 당선인의 승리에 숨은 공로자로 꼽힌다.
[이가윤 기자]
◆침통한 한나라 "네거티브 전략에 제 발등 찍혔다"
26일 저녁 한나라당 당사 분위기는 `싸늘함` 그 자체였다. 오후 8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나경원 후보가 9.2%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발표되자 상황실에 와 있던 홍준표 대표, 남경필 최고위원, 김정권 사무총장, 김기현 대변인 등 당직자들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홍 대표는 얼굴이 붉어지자 표정관리를 위해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개표 상황을 보려던 의원들이 오후 8시 7분께 썰물처럼 빠져 나가자 상황실에는 패배의 무거운 공기만 맴돌았다. 홍 대표와 김 사무총장, 이범래 대표비서실장, 김기현 대변인 등이 6층 대표실에 남아 문을 닫고 대책을 논의했을 뿐 당사는 텅 비었다.
홍 대표는 남 최고위원의 제안에 따라 27일 오전 긴급 조찬회동을 소집했다. 당이 느끼는 부담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서울시장 선거의 충격적 패배에 대해 당 지도부는 가급적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홍준표 대표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서울을 제외하고 강원 충청 경북을 모두 회복했다.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 8곳에서 완승한 것을 보면 이번 선거는 의미 있는 선거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수도권 대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유승민 최고위원도 "좀 더 생각해 보겠다. 일단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원 최고위원은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삶이 팍팍해지고 억압적으로 변한 것에 대해 화가 나 있는데,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만 반복하는 선거전략을 하니 이길 수가 있겠느냐. 거기에 막판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으니 한나라당은 아예 구태정치 정당, 상류층 귀족정당으로 찍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0대가 박원순 후보를 많이 찍었더라. 40대와 교감이 안되는 정당은 수권정당으로서 자격 상실"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표 `대세론`에 대해서도 "이제 대세론은 깨졌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회창 후보를 35만표로 이겼다. 지금 10%포인트면 40만표 지는 거다. 10년 전보다 더 지고 있으면 내년 총선ㆍ대선은 뻔한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지도부 사퇴에 대해선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는 얘기가 많았다. 홍 대표 외에 특별히 다른 대안이 없는 데다 오세훈 전 시장이 만들어낸 선거에서 패배한 책임을 당 대표에게만 묻기는 어렵다는 것.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은 "애초에 이길 수가 없는 선거의 책임을 당 대표에게 묻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 초선의원들 모임인 민본21의 간사 김세연 의원 역시 "현재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리더십마저 없애면 되겠느냐"면서 "차라리 현 지도부는 그대로 두고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위한 선대위를 조기 구성해 리더십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선거 결과가 나오자 긴장했다.
여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향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또한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레임덕 가속화다.
우선 내곡동 사저 논란에서 출발한 청와대발 악재가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근거다.
당장은 청와대가 선거 패배에 대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인적 쇄신론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당ㆍ청 관계 악화도 염려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을 감안해 청와대와 거리를 최대한 벌리려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 대통령의 국정 추진력을 더욱 약화시켜 악순환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한나라당 스스로 개혁의지가 퇴색하는 최악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진명 기자 / 박인혜 기자]
◆나경원 "시민의 뜻 겸허히 수용"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던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26일 밤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본인 선거캠프를 방문하고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캠프에 오기 전에 울었는지 눈 주위가 부어 있는 모습이었다. 마이크를 잡고 한 발언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나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에 나타난 시민 여러분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정치권이 더 반성하고 더 낮은 자세로 나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서울시장 보선 개표율이 30%를 넘기며 범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 당선이 유력해지자 사실상 패배를 시인한 것.
나 후보는 "그동안 성원하고 지지해준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저희가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에 대해서는 "새로 당선될 시장이 서울의 먼 미래를 위해 훌륭한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나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면서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지자 한 명이 인사하자 웃음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패장의 말이 길어지는 게 부담스러운 듯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어떤 질문도 받지 않고 나경원을 연호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서둘러 캠프를 떠났다. 짧고 간단한 기자회견이었다.
[이진명 기자 / 박인혜 기자]
◆대권주자 누가 이득 보고 누가 손해 봤나
박원순 범야권 후보 승리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안 원장은 이번 선거기간 내내 박 후보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선거활동을 했다.
특히 사실상 출마의사 표명에서부터 후보직 사퇴와 막판 지지의사 표시 등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선거 승리 드라마를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과정은 안 원장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치적인 행위로 비쳤다는 점에서 정치인 안철수의 입지도 강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달 6일 안 원장의 양보로 5%에 불과했던 박 후보 지지율이 50%까지 치솟아 초반 기선 제압에 크게 일조했다.
더욱이 막판 지원으로 박빙이었던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 모멘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안 원장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대권주자로서 정치권에 발을 들이게 됐다"면서도 "대권주자로 대우를 받는 만큼 그에 준하는 검증 과정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박 후보 당선으로 큰 타격을 입은 사람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꼽힌다. 박 전 대표가 처음으로 지난 4년간 침묵을 깨고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패배한 점이 뼈아프다. 1년여밖에 남지 않은 대선구도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박 후보를 당선시킨 최대 공신이 안철수 원장이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때에 따라서는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이 한 방에 날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박원순 후보의 승리로 가장 큰 손해를 본 대선주자는 박근혜 전 대표일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까지 굳건하게 다져왔던 `선거의 여왕` 타이틀을 잃게 되고, 지금까지 대세론이 거품 취급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구세력 대 신진세력의 싸움이었고, 신진세력이 승리한 것"이라고 전제한 후 "결국 박 전 대표는 구세력의 상징으로 치부돼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여권에서 박 전 대표를 능가하는 뚜렷한 주자가 없기 때문에 상처를 입긴 했어도 보수진영에서 박 전 대표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여권에서 뚜렷한 주자가 없기 때문에 박근혜-안철수 양자구도는 그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을 제외하고 야권 대권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화력을 집중한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이해성 민주당 후보가 정영석 한나라당 후보에게 다소 큰 표 차이로 낙선해 체면을 구겼다.
문 이사장이 유세현장에 직접 나서서 지지를 호소한 것은 이번 선거가 처음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친노무현 진영의 결속을 다지고 야권 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문 이사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느 정도 득표력을 보여주면서 수도권에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도 따른다.
정치권에서는 `혁신과 통합`이 11월께 친노진영과 시민사회 일부 세력을 중심으로 창당해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과의 당 대 당 통합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기쁘지만은 않은 승리를 거둔 셈이다. 손 대표는 선거 기간에 대부분 시간을 박 후보와 동행하며 박 후보를 도왔다. 이로 인해 선거 초반 움직이지 않았던 민주당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진행될 야권통합 과정에서 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세력,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이사장이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 측과 주도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게 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한 의원은 "통합 과정에서 손 대표가 야권을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민주당도 살아남을 수 있다"며 "민주당이 기득권을 고집하지 말고 신진세력 영입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장재혁 기자 / 이가윤 기자]
◆기존 정당정치 근간 흔들…안철수 신당창당說 급부상
한나라 총선ㆍ대선 치르려면 환골탈태 절실
민주도 외견상 승리 불구 범야권 셈법 복잡
무소속에 정치 경험이 일천한 박원순 범야권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됨에 따라 한국 정치 지형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불과 4년 전 대선에서 역사상 가장 큰 득표차로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내고, 18대 총선에서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점령한 한나라당은 4ㆍ27 재ㆍ보궐선거에서 악몽 같은 패배를 당한 이후 또다시 패배하는 트라우마를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떠안고 가게 됐다. 민주당도 `범야권 후보`가 승리했다는 데 의의를 두기엔 너무 큰 타격을 입었다. 대통령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이 시민단체 출신에 밀려 후보조차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만든 1등 공신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무섭게 상승하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차기 대선에서도 제대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부딪힐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당선인의 승리를 이끌 수 있었던 인사를 콕 집어 말하기 쉽지 않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
물론 박 당선인이 몸담았던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등 시민사회단체 출신 사람들이 중요할 때마다 박 당선인의 버팀목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서 상임고문을 맡은 서재경 전 대우그룹 부사장은 박 후보의 멘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 전 부사장은 스스로 "이념적으로는 중도, 전형적인 중산층"이라고 밝히며 진보성향으로 치우칠 수 있는 박 후보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일조했다.
박 당선인이 선거 출마를 결심할 때도 서 전 부사장과 깊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77년부터 1998년까지 22년간 대우그룹에서 중남미본부장, 부사장 등을 지냈으며 김우중 전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하던 시절 보좌역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역으로 은퇴한 서 전 부사장은 시니어들의 재능 기부로 젊은 일꾼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서당`을 운영했고 희망제작소를 운영하던 박 당선인이 그 취지에 감명을 받아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의 대표적인 정책 브레인인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실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을 거쳐 환경부 차관을 역임한 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 측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10대 희망공약`도 김 교수가 기틀을 마련했다.
박 당선인의 대변인으로 활약한 송호창 변호사도 차분하면서도 냉철하게 공보 담당을 맡아 주위의 호평을 받았다.
송 변호사는 미국 코넬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있던 도중 박 당선인의 요청으로 귀국해 대변인을 맡았다.
송 변호사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맡는 등 시민사회에 몸담아왔다. 특히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민변을 중심으로 주도적으로 시위 참여를 이끌었다.
민주당도 이번 선거에서 야권의 맏형 면모를 보여줬다. 이인영 최고위원과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은 선대본부에서 선거전략을 수립했다. 또 민주당 대변인을 지낸 우상호 전 의원은 송 변호사와 함께 공동대변인직을 수행했다.
김기식 `혁신과 통합` 공동대표는 조국 서울대 교수, 소설가 공지영ㆍ이외수 씨, 신경민 전 MBC 앵커 등 멘토단을 꾸리는 일을 기획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 출신의 하승찬 씨도 박 당선인의 승리에 숨은 공로자로 꼽힌다.
[이가윤 기자]
◆침통한 한나라 "네거티브 전략에 제 발등 찍혔다"
26일 저녁 한나라당 당사 분위기는 `싸늘함` 그 자체였다. 오후 8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나경원 후보가 9.2%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발표되자 상황실에 와 있던 홍준표 대표, 남경필 최고위원, 김정권 사무총장, 김기현 대변인 등 당직자들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홍 대표는 얼굴이 붉어지자 표정관리를 위해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개표 상황을 보려던 의원들이 오후 8시 7분께 썰물처럼 빠져 나가자 상황실에는 패배의 무거운 공기만 맴돌았다. 홍 대표와 김 사무총장, 이범래 대표비서실장, 김기현 대변인 등이 6층 대표실에 남아 문을 닫고 대책을 논의했을 뿐 당사는 텅 비었다.
홍 대표는 남 최고위원의 제안에 따라 27일 오전 긴급 조찬회동을 소집했다. 당이 느끼는 부담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서울시장 선거의 충격적 패배에 대해 당 지도부는 가급적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홍준표 대표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서울을 제외하고 강원 충청 경북을 모두 회복했다.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 8곳에서 완승한 것을 보면 이번 선거는 의미 있는 선거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수도권 대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유승민 최고위원도 "좀 더 생각해 보겠다. 일단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원 최고위원은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삶이 팍팍해지고 억압적으로 변한 것에 대해 화가 나 있는데,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만 반복하는 선거전략을 하니 이길 수가 있겠느냐. 거기에 막판 색깔론까지 들고 나왔으니 한나라당은 아예 구태정치 정당, 상류층 귀족정당으로 찍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0대가 박원순 후보를 많이 찍었더라. 40대와 교감이 안되는 정당은 수권정당으로서 자격 상실"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표 `대세론`에 대해서도 "이제 대세론은 깨졌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회창 후보를 35만표로 이겼다. 지금 10%포인트면 40만표 지는 거다. 10년 전보다 더 지고 있으면 내년 총선ㆍ대선은 뻔한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지도부 사퇴에 대해선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는 얘기가 많았다. 홍 대표 외에 특별히 다른 대안이 없는 데다 오세훈 전 시장이 만들어낸 선거에서 패배한 책임을 당 대표에게만 묻기는 어렵다는 것.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은 "애초에 이길 수가 없는 선거의 책임을 당 대표에게 묻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 초선의원들 모임인 민본21의 간사 김세연 의원 역시 "현재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리더십마저 없애면 되겠느냐"면서 "차라리 현 지도부는 그대로 두고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위한 선대위를 조기 구성해 리더십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선거 결과가 나오자 긴장했다.
여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향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또한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레임덕 가속화다.
우선 내곡동 사저 논란에서 출발한 청와대발 악재가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근거다.
당장은 청와대가 선거 패배에 대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인적 쇄신론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당ㆍ청 관계 악화도 염려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을 감안해 청와대와 거리를 최대한 벌리려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 대통령의 국정 추진력을 더욱 약화시켜 악순환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한나라당 스스로 개혁의지가 퇴색하는 최악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진명 기자 / 박인혜 기자]
◆나경원 "시민의 뜻 겸허히 수용"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던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26일 밤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본인 선거캠프를 방문하고 패배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캠프에 오기 전에 울었는지 눈 주위가 부어 있는 모습이었다. 마이크를 잡고 한 발언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나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에 나타난 시민 여러분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정치권이 더 반성하고 더 낮은 자세로 나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서울시장 보선 개표율이 30%를 넘기며 범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 당선이 유력해지자 사실상 패배를 시인한 것.
나 후보는 "그동안 성원하고 지지해준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저희가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에 대해서는 "새로 당선될 시장이 서울의 먼 미래를 위해 훌륭한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나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면서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지자 한 명이 인사하자 웃음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패장의 말이 길어지는 게 부담스러운 듯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어떤 질문도 받지 않고 나경원을 연호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서둘러 캠프를 떠났다. 짧고 간단한 기자회견이었다.
[이진명 기자 / 박인혜 기자]
◆대권주자 누가 이득 보고 누가 손해 봤나
박원순 범야권 후보 승리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안 원장은 이번 선거기간 내내 박 후보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선거활동을 했다.
특히 사실상 출마의사 표명에서부터 후보직 사퇴와 막판 지지의사 표시 등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선거 승리 드라마를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과정은 안 원장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치적인 행위로 비쳤다는 점에서 정치인 안철수의 입지도 강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달 6일 안 원장의 양보로 5%에 불과했던 박 후보 지지율이 50%까지 치솟아 초반 기선 제압에 크게 일조했다.
더욱이 막판 지원으로 박빙이었던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 모멘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안 원장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대권주자로서 정치권에 발을 들이게 됐다"면서도 "대권주자로 대우를 받는 만큼 그에 준하는 검증 과정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박 후보 당선으로 큰 타격을 입은 사람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꼽힌다. 박 전 대표가 처음으로 지난 4년간 침묵을 깨고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패배한 점이 뼈아프다. 1년여밖에 남지 않은 대선구도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박 후보를 당선시킨 최대 공신이 안철수 원장이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때에 따라서는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이 한 방에 날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박원순 후보의 승리로 가장 큰 손해를 본 대선주자는 박근혜 전 대표일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까지 굳건하게 다져왔던 `선거의 여왕` 타이틀을 잃게 되고, 지금까지 대세론이 거품 취급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구세력 대 신진세력의 싸움이었고, 신진세력이 승리한 것"이라고 전제한 후 "결국 박 전 대표는 구세력의 상징으로 치부돼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여권에서 박 전 대표를 능가하는 뚜렷한 주자가 없기 때문에 상처를 입긴 했어도 보수진영에서 박 전 대표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여권에서 뚜렷한 주자가 없기 때문에 박근혜-안철수 양자구도는 그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을 제외하고 야권 대권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화력을 집중한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이해성 민주당 후보가 정영석 한나라당 후보에게 다소 큰 표 차이로 낙선해 체면을 구겼다.
문 이사장이 유세현장에 직접 나서서 지지를 호소한 것은 이번 선거가 처음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친노무현 진영의 결속을 다지고 야권 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문 이사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느 정도 득표력을 보여주면서 수도권에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도 따른다.
정치권에서는 `혁신과 통합`이 11월께 친노진영과 시민사회 일부 세력을 중심으로 창당해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과의 당 대 당 통합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기쁘지만은 않은 승리를 거둔 셈이다. 손 대표는 선거 기간에 대부분 시간을 박 후보와 동행하며 박 후보를 도왔다. 이로 인해 선거 초반 움직이지 않았던 민주당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진행될 야권통합 과정에서 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세력,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이사장이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 측과 주도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게 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한 의원은 "통합 과정에서 손 대표가 야권을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민주당도 살아남을 수 있다"며 "민주당이 기득권을 고집하지 말고 신진세력 영입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장재혁 기자 / 이가윤 기자]
◆기존 정당정치 근간 흔들…안철수 신당창당說 급부상
한나라 총선ㆍ대선 치르려면 환골탈태 절실
민주도 외견상 승리 불구 범야권 셈법 복잡
무소속에 정치 경험이 일천한 박원순 범야권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됨에 따라 한국 정치 지형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불과 4년 전 대선에서 역사상 가장 큰 득표차로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내고, 18대 총선에서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점령한 한나라당은 4ㆍ27 재ㆍ보궐선거에서 악몽 같은 패배를 당한 이후 또다시 패배하는 트라우마를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떠안고 가게 됐다. 민주당도 `범야권 후보`가 승리했다는 데 의의를 두기엔 너무 큰 타격을 입었다. 대통령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이 시민단체 출신에 밀려 후보조차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만든 1등 공신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무섭게 상승하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차기 대선에서도 제대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부딪힐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선거 패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한나라당과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다시 해석하면 당이 받은 타격으로 이제 6개월도 남지 않은 총선이 흔들리고, 박 전 대표 영향력 약화로 1년 남짓 남겨두고 있는 대선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이번 10ㆍ26 보궐선거 패배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내부에선 이미 `분당` 이야기까지 나온다. 다음 총선에서 기존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대결구도가 아니라 안철수 원장이 주축이 되는 신당과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된 또 다른 신당까지 나와 선거구도를 뒤흔들게 되면 한나라당이 설 자리는 더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은 "안 원장이 신당을 만들면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가 그쪽으로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심지어 한나라당이라는 이름도 버리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 패배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 한나라당이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가장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상황도 좋지 않다. 승리를 위해선 야권이 뭉쳐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결집력은 강해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민주당 영향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권통합 과정에서 민주당보다 `혁신과 통합`과 같은 외부 세력들이 오히려 더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야권 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위치마저 상실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은 제1야당 위치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정당들이 무참하게 깨지면서 초반 지지율 5%대였던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서울시장으로 만든 1등 공신인 안철수 원장의 신당 창당설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율 교수는 "안 원장의 신당 창당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전제한 후 "다만 안 원장의 신당과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속한 시민단체가 같은 노선을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렇게 된 이상 기존 정당은 내년 총선ㆍ대선에서 모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민주당이 서울시의회를 장악하고 서울시장마저 야권이 가져간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 때 서울 지역 대패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48개인 서울시 국회의원 자리 중 한나라당은 36석을 점령하고 있다. 75%에 달한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선 절반도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전까지 박근혜 전 대표를 능가하는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갑자기 등장한 안철수 원장은 박 전 대표의 굳건했던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고 현재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박빙구도인 상황이다. 박 후보 승리로 안 원장 지지율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민주당은 외견상 승리를 거뒀지만 내년 총선을 생각하면 셈법이 복잡하다. 이번 승리는 시민단체와 다른 야당 간 결탁으로 거둔 것인 만큼 민주당 지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 원장이 신당을 창당하고, 진보 시민단체가 민주당과는 또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되면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차지할 수 있는 의석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에서도 야권 대권주자로 손학규 대표보다는 안철수 원장이 떠오른 만큼 민주당은 조급해졌다. 아직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관계 설정도 모호해진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로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김민전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것은 정권심판론이 먹혔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 번 성난 민심을 극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선 `정권심판론`이 먹힌 것은 다행스럽지만 구정치권에 대한 분노는 비단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민주당 당직자는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지지층을 어떻게 다시 돌려놓고, 구세력이 아닌 신진세력 범주에 들어갈지가 민주당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박원순·안철수 주연`56일의 정치 드라마`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지하 한 음식점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발표한 뒤 포옹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야권 단일후보지만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과정은 박진감과 속도감 넘치는 한 편의 정치 드라마 그 자체였다.
정치권에 몸 담지 않았던 박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뜻을 밝힌 뒤 당선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6일. 그리고 드라마의 중심 축에는 박원순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군이 정해지기 전인 9월 초 박 후보가 서울시장이 될 것으로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박 후보와 안철수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동시에 흘러나오던 당시 몇몇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의 지지율은 3% 남짓한 수준이었다. 반면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율은 40% 전후에 달했다.
그러나 기존 정치권의 공식을 뛰어넘는 두 사람의 행보는 박 후보를 단숨에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바꿔놓게 된다.
안 원장은 9월 6일 서울로 돌아온 박원순 후보를 만났고,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안 원장의 신선한 양보는 많은 유권자들을 놀라게 했고, 결국 안 원장에게 쏠렸던 지지율은 고스란히 박 후보에게 넘어갔다. 지지율 전이 효과는 안 원장이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 데다 여당 심판론을 거론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더 주목되는 것은 두 사람이 새로 쓸 정치 드라마의 `시즌2` 버전이다. 야권 통합,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구조 개혁 등을 두고 두 사람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기존의 여야 구조를 깰 파괴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몸 담지 않았던 박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뜻을 밝힌 뒤 당선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6일. 그리고 드라마의 중심 축에는 박원순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군이 정해지기 전인 9월 초 박 후보가 서울시장이 될 것으로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박 후보와 안철수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동시에 흘러나오던 당시 몇몇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의 지지율은 3% 남짓한 수준이었다. 반면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율은 40% 전후에 달했다.
그러나 기존 정치권의 공식을 뛰어넘는 두 사람의 행보는 박 후보를 단숨에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바꿔놓게 된다.
안 원장은 9월 6일 서울로 돌아온 박원순 후보를 만났고,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안 원장의 신선한 양보는 많은 유권자들을 놀라게 했고, 결국 안 원장에게 쏠렸던 지지율은 고스란히 박 후보에게 넘어갔다. 지지율 전이 효과는 안 원장이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 데다 여당 심판론을 거론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더 주목되는 것은 두 사람이 새로 쓸 정치 드라마의 `시즌2` 버전이다. 야권 통합,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구조 개혁 등을 두고 두 사람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기존의 여야 구조를 깰 파괴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박 후보가 향후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안철수 원장과 함께 신당을 만들면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제3의 길을 걸을 경우 야권 통합을 주도할 생각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도 작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다른 관심사는 안철수 원장의 정치권 진입 여부와 시기, 대선 출마 여부다. 정치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과 단일화 합의 때부터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시장 출마를 접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최근 몇몇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을 앞서거나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 그는 누구?
향후 2년8개월 동안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게 될 박원순 당선인은 사업가 기질을 시민사회운동과 절묘하게 접목시킨 진보시민단체의 대표주자다.
박 당선인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창립 멤버였으며 인권변호사를 시작으로 출마 직전에는 시민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연구소인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았다. 스스로를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부른다.
그의 실천적인 시민운동은 보수진영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원순 후보는 대담집에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으로부터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서 여권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던 뒷얘기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박 당선인은 이미 알려진 대로 국민의 정부 시절과 참여정부 시절 정부와 대기업 등 시민사회단체와 미묘한 관계에 있는 조직으로부터 지원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박 당선인의 한 지인은 "친분이 있는 기업인들은 박 상임이사를 보고 종종 `기업 경영을 했으면 일가를 이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수백 명의 싱크탱크가 함께하는 참여연대를 이끌고 희망제작소 같은 전국적인 사업을 경영해본 준비된 CEO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력으로 인해 그는 선거 기간 내내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후원금 문제에 시달려야 했다.
2000년에는 대안운동을 위해 `아름다운 재단`을, 2001년에는 `아름다운 가게`를 설립했다.
"커피를 어떻게 하면 싸게 사서 이익을 남길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제3세계 농부에게 어떻게 하면 커피 값을 제대로 지불해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까 고민한다"는 말에서 그가 펼치고 있는 대안운동의 철학을 가늠할 수 있다.
2006년에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같은 해부터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아 지역사회운동, 청년벤처운동, 소기업지원운동 등을 벌이며 공공정책을 연구했다.
그의 연구활동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공약에도 묻어났다. 예컨대 시민사회운동 시절 소기업 발굴ㆍ육성을 위해 펼친 `희망수레운동`은 `청년 일자리 1만개 창출을 위한 발전기금 조성`이라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시민사회운동을 행정에 접목시킨 것이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엔 고유의 상품 개발이 핵심"이라며 특유의 사회적 기업론을 얘기한다.
희망제작소 등 속한 조직에서는 `상임이사`라는 직함보다 `원순 씨`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조직활동의 창의성을 높이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나이나 직급 등이 방해가 되면 안 된다는 그의 소신이 반영됐다.
시민운동가에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야권통합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던 부분에서는 그의 `단호한 정치력`을 엿볼 수 있다.
또 다른 관심사는 안철수 원장의 정치권 진입 여부와 시기, 대선 출마 여부다. 정치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과 단일화 합의 때부터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시장 출마를 접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최근 몇몇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을 앞서거나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 그는 누구?
향후 2년8개월 동안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게 될 박원순 당선인은 사업가 기질을 시민사회운동과 절묘하게 접목시킨 진보시민단체의 대표주자다.
박 당선인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창립 멤버였으며 인권변호사를 시작으로 출마 직전에는 시민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연구소인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았다. 스스로를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부른다.
그의 실천적인 시민운동은 보수진영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원순 후보는 대담집에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으로부터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서 여권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던 뒷얘기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박 당선인은 이미 알려진 대로 국민의 정부 시절과 참여정부 시절 정부와 대기업 등 시민사회단체와 미묘한 관계에 있는 조직으로부터 지원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박 당선인의 한 지인은 "친분이 있는 기업인들은 박 상임이사를 보고 종종 `기업 경영을 했으면 일가를 이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수백 명의 싱크탱크가 함께하는 참여연대를 이끌고 희망제작소 같은 전국적인 사업을 경영해본 준비된 CEO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력으로 인해 그는 선거 기간 내내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후원금 문제에 시달려야 했다.
2000년에는 대안운동을 위해 `아름다운 재단`을, 2001년에는 `아름다운 가게`를 설립했다.
"커피를 어떻게 하면 싸게 사서 이익을 남길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제3세계 농부에게 어떻게 하면 커피 값을 제대로 지불해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까 고민한다"는 말에서 그가 펼치고 있는 대안운동의 철학을 가늠할 수 있다.
2006년에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같은 해부터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아 지역사회운동, 청년벤처운동, 소기업지원운동 등을 벌이며 공공정책을 연구했다.
그의 연구활동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공약에도 묻어났다. 예컨대 시민사회운동 시절 소기업 발굴ㆍ육성을 위해 펼친 `희망수레운동`은 `청년 일자리 1만개 창출을 위한 발전기금 조성`이라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시민사회운동을 행정에 접목시킨 것이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엔 고유의 상품 개발이 핵심"이라며 특유의 사회적 기업론을 얘기한다.
희망제작소 등 속한 조직에서는 `상임이사`라는 직함보다 `원순 씨`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조직활동의 창의성을 높이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나이나 직급 등이 방해가 되면 안 된다는 그의 소신이 반영됐다.
시민운동가에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야권통합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던 부분에서는 그의 `단호한 정치력`을 엿볼 수 있다.
그를 외유내강의 소탈한 리더십만으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몸살이 날 정도록 강행군하는 그의 `일중독`에 주위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는 것.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을 끌고 나가면서 몰두하면 끝장을 보는 승부사 기질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는 전언이다.
박 당선인의 이력도 독특하다. 그는 서울대 사회계열 1학년 재학시절이던 1975년 유신체제를 반대하며 할복 자결한 서울대 출신 고(故) 김상진 열사의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투옥되면서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에 입학했으며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구지검에서 1년만 근무하다 퇴직했다. "사람들 잡아넣는 게 영 불편했다"는 게 퇴직 이유였다.
검사 퇴직 후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며 권인숙 성고문사건, 부산 미문화원 점거 사건, `말지` 보도지침 사건 등 굵직한 인권 관련 재판 변호인을 맡았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엔 부패정치인 낙선운동, 소액주주운동,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등을 주도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부터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받은 것에도 그의 정치적 수완이 작용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안 원장의 출마설이 나오자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출마 당위성을 내비쳤고 50% 지지율을 얻고 있던 안 원장에게 양보를 받아냈다.
박 당선인과 가까운 한 정치학과 교수는 "박 후보는 2000년대 이후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제3의 지대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펼치며 대중적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정치적 그의 선견은 여느 다선 국회의원 못지않게 치밀했고 전략적"이라고 전했다.
[이가윤 기자]
◆박원순의 서울 살펴보니…
서울시장에 박원순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향후 서울시정의 변화에 지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당선인이 `변화`를 주요 기치로 내건 만큼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해 온 정책에 작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서울시장은 한 해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르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한강르네상스와 남산르네상스를 비롯해 일자리 창출, 공교육ㆍ공보육 등 수많은 기존 사업들이 박 후보의 `공약대로` 중단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 당선인의 이력도 독특하다. 그는 서울대 사회계열 1학년 재학시절이던 1975년 유신체제를 반대하며 할복 자결한 서울대 출신 고(故) 김상진 열사의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투옥되면서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에 입학했으며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구지검에서 1년만 근무하다 퇴직했다. "사람들 잡아넣는 게 영 불편했다"는 게 퇴직 이유였다.
검사 퇴직 후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며 권인숙 성고문사건, 부산 미문화원 점거 사건, `말지` 보도지침 사건 등 굵직한 인권 관련 재판 변호인을 맡았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엔 부패정치인 낙선운동, 소액주주운동,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등을 주도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부터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받은 것에도 그의 정치적 수완이 작용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안 원장의 출마설이 나오자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출마 당위성을 내비쳤고 50% 지지율을 얻고 있던 안 원장에게 양보를 받아냈다.
박 당선인과 가까운 한 정치학과 교수는 "박 후보는 2000년대 이후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제3의 지대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펼치며 대중적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정치적 그의 선견은 여느 다선 국회의원 못지않게 치밀했고 전략적"이라고 전했다.
[이가윤 기자]
◆박원순의 서울 살펴보니…
서울시장에 박원순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향후 서울시정의 변화에 지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당선인이 `변화`를 주요 기치로 내건 만큼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해 온 정책에 작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서울시장은 한 해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르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한강르네상스와 남산르네상스를 비롯해 일자리 창출, 공교육ㆍ공보육 등 수많은 기존 사업들이 박 후보의 `공약대로` 중단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변화를 기대하며… 10ㆍ26 재ㆍ보궐선거가 26일 전국 42개 선거구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단대부중에 마련된 대치1동 제2투표소에서 출근길을 이용해 투표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충우 기자>
◆택시ㆍ지하철이용 확대 모색
시민들의 대중교통 편의를 위해 우선 택시와 지하철 이용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기본적으로 출퇴근 거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택시도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종합발전대책을 만들고,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 배차 간격도 줄여야 한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또 보행량이 많고 대중교통이 모여드는 지역을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정해 일반 승용차의 진입을 금지하고 민영주차장까지 포함한 통합주차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한 도시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아마존(아이들이 마음껏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지정되고, 더 꼼꼼한 수방대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은 "어린이보호구역 제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교통사고와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학원과 공원 등 어린이가 자주 가는 지역을 아마존으로 지정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ㆍ폭설 등 자연재해에 대한 미흡한 사전 대응능력을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개발 시작 단계부터 재해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과 상습 침수ㆍ재해지역 하수관거의 처리능력을 먼저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강르네상스 등 대형사업 줄줄이 스톱
한강 개발은 향후 가장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는 분야다. 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오 전 시장의 전시성 토건 사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강르네상스로 대변되는 한강 개발은 오 전 시장의 대표적 토건 사업이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서울시가 직접 투입하는 전체 예산은 7332억원. 이 중 5183억원은 이미 집행됐다. 이를 통해 한강변 경관을 조성하고 생태계 복원, 공원 조성 등 사업을 추진했다.
앞으로는 보다 굵직한 사업이 남아 있다. 민간자본 포함 6735억원이 투입되는 한강예술섬 사업, 2250억원이 들어가는 서해뱃길 사업, 마곡지구 워터프론트 사업 등이 그것. 양화대교 확장공사 또한 후반 작업이 대기 중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사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국제터미널과 수상호텔 건설 등을 포함한 서해뱃길 사업은 경제성이 없는 정치산물이라는 주장을 지속해 온 만큼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468억원이 투입돼 전체 예산의 20% 선에 불과한 만큼 현 상태에서 사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6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한강예술섬 조성 또한 중단될 것으로 보이며 양화대교 교각 확장공사도 계속 추진은 어려울 전망이다. 총 415억원 중 320억원이 투입됐지만 더 이상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는 것이 박 당선인의 입장이다.
◆청년벤처 1만개ㆍ정규직 전환 확대 추진
박 당선인의 일자리 창출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청년 벤처기업 1만개 육성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디지털미디어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등 성장이 기대되는 사업 분야에서 청년 벤처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청년실업률을 낮추고, 서울시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형태에 따른 근로자 간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두 정책은 서울시가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와 `100만개 일자리 창출`의 연장 선상에 있는 것이어서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육성을 위한 `사회투자기금` 조성이 추진될 전망이다. 시가 예산을 내놓고 기업들이 매칭펀드식으로 출연해 기금을 마련, 공공ㆍ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 투입할 계획이다. `아름다운 가게`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서울형 마을기업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육성해 이들이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을 유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영등포ㆍ구로 등 도심산업 집적지구를 활용해 `서울형 창조산업`을 육성하고 산ㆍ학ㆍ연ㆍ관이 참여하는 `창조적 인재육성 위원회`를 설치해 기업과 대학 간에 인재연동시스템을 만들어 취업률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 학자금 대출 지원 …`방과후 교실`강화
대학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서울시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이 제정되고, 서울시립대 등록금도 반값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는 서울시가 서울지역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오 전 시장 시절부터 서울시의회에 보류된 상태다. 시의회는 새 시장 선출 이후 지원 범위와 대상을 확실하게 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박 당선인과의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현재 시의회에서 민주당은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이면서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는 대학생`을 범위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전국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돌봄교실`이 확대되고 토요 휴일교실이 운영될 전망이다. 부모 보살핌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전담 강사와 보조 인력이 학습, 예체능 활동, 과제 지도, 일기쓰기, 독서지도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돌봄교실을 서울시내 전체 초등학교(591개소)로 확대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박 당선인의 구상이다. 현재 3만개 수준인 방과후 프로그램을 12만개로 늘려 학생들의 선택폭을 늘리고, 우수교사 공영제를 도입해 방과후학교 제도의 내실을 기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2014년까지 초ㆍ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박 당선인은 복지의 최저 수준을 정해 소득이나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최소한의 복지를 누리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이 됐던 무상급식은 그의 당선으로 2014년까지 초ㆍ중학생(95만여 명)으로 전면 확대된다. 우선 내년까지 초등학교 5ㆍ6학년과 중학교 1학년으로 확대한 다음 2013년 중2, 2014년 중3으로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또 무상급식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권역별로 `친환경급식통합지원센터(로컬 푸드)`를 설치하고 학부모 모니터링단 운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보육 서비스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동마다 2개 이상 확보해 올해 643개에서 2014년 930개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었기 때문. 민간 보육시설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보육과 관련된 종합적인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직장맘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편적 의료도 확대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방문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관리방문간호사`를 2014년까지 2배(20여 명) 늘리고, 서울 전역에 4개 있는 도시보건지소를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각 구마다 우선 1개씩 확충할 계획이다.
[민석기 기자 / 이명진 기자 / 강다영 기자]
박 당선인의 일자리 창출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청년 벤처기업 1만개 육성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디지털미디어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등 성장이 기대되는 사업 분야에서 청년 벤처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청년실업률을 낮추고, 서울시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형태에 따른 근로자 간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두 정책은 서울시가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와 `100만개 일자리 창출`의 연장 선상에 있는 것이어서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육성을 위한 `사회투자기금` 조성이 추진될 전망이다. 시가 예산을 내놓고 기업들이 매칭펀드식으로 출연해 기금을 마련, 공공ㆍ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 투입할 계획이다. `아름다운 가게`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서울형 마을기업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육성해 이들이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을 유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영등포ㆍ구로 등 도심산업 집적지구를 활용해 `서울형 창조산업`을 육성하고 산ㆍ학ㆍ연ㆍ관이 참여하는 `창조적 인재육성 위원회`를 설치해 기업과 대학 간에 인재연동시스템을 만들어 취업률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 학자금 대출 지원 …`방과후 교실`강화
대학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서울시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이 제정되고, 서울시립대 등록금도 반값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는 서울시가 서울지역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오 전 시장 시절부터 서울시의회에 보류된 상태다. 시의회는 새 시장 선출 이후 지원 범위와 대상을 확실하게 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박 당선인과의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현재 시의회에서 민주당은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이면서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는 대학생`을 범위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전국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돌봄교실`이 확대되고 토요 휴일교실이 운영될 전망이다. 부모 보살핌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전담 강사와 보조 인력이 학습, 예체능 활동, 과제 지도, 일기쓰기, 독서지도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돌봄교실을 서울시내 전체 초등학교(591개소)로 확대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박 당선인의 구상이다. 현재 3만개 수준인 방과후 프로그램을 12만개로 늘려 학생들의 선택폭을 늘리고, 우수교사 공영제를 도입해 방과후학교 제도의 내실을 기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2014년까지 초ㆍ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박 당선인은 복지의 최저 수준을 정해 소득이나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최소한의 복지를 누리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이 됐던 무상급식은 그의 당선으로 2014년까지 초ㆍ중학생(95만여 명)으로 전면 확대된다. 우선 내년까지 초등학교 5ㆍ6학년과 중학교 1학년으로 확대한 다음 2013년 중2, 2014년 중3으로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또 무상급식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권역별로 `친환경급식통합지원센터(로컬 푸드)`를 설치하고 학부모 모니터링단 운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보육 서비스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동마다 2개 이상 확보해 올해 643개에서 2014년 930개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었기 때문. 민간 보육시설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보육과 관련된 종합적인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직장맘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편적 의료도 확대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방문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관리방문간호사`를 2014년까지 2배(20여 명) 늘리고, 서울 전역에 4개 있는 도시보건지소를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각 구마다 우선 1개씩 확충할 계획이다.
[민석기 기자 / 이명진 기자 /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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