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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정치

서청원

by 아잘 2016. 7. 11.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751693.html?_ns=c1






서청원 당 대표 출마설?…패장의 마지막 임무는 ‘질서있는 퇴각’

등록 :2016-07-10 18:32수정 :2016-07-10 20:10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막전막후 83
강경 친박 ‘막무가내’ 옹립설 휘말린 서청원
당 대표 욕심 아닌 무능정권 만든 것 사죄할 때


‘카르마’(karma)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말로 업(業)이나 업보(業報)라고 풀이합니다. 업은 앞날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소행입니다.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것입니다. 업보는 선악의 행업으로 말미암은 인과응보(因果應報)를 뜻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카르마에 갇혀서 살고 있습니다.

정치적 선택과 행위를 선과 악으로 나눌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과응보가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분야가 바로 정치입니다. 오래 전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전자제품 광고가 있었습니다. 이 말은 정치에 매우 잘 들어 맞습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정권을 넘겨주면 대략 10년 정도 야당을 하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새누리당 등 집권여당 사람들의 요즘 화두는 ‘서청원 의원이 8월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인가’입니다. 서청원 의원 당사자는 물론이고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친박·비박 주자들,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모두 가세해 논쟁이 한창입니다. 서청원 의원에게 정가의 촉각이 쏠리는 이유는 그가 이른바 ‘친박좌장’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청원 의원 출마론은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서청원 의원이 출마한다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말과 2017년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서청원 의원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서청원은 누구인가?…두 명의 ‘주군’을 모시다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청원이라는 정치인이 도대체 누구인지, 서청원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사이인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서청원 의원은 1943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습니다. 73세입니다. 중대부고와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중앙대 총학생회장을 지냈습니다. 1969년부터 <조선일보> 기자를 12년간 하고 1981년 민한당으로 11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11·13·14·15·16·18·19·20대 8선 의원입니다. 현재 국회 최다선입니다.

그는 ‘상도동계’였습니다. 1985년 12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 참여하면서 와이에스의 ‘상도동계’에 입문했습니다. 통일민주당 대변인,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을 지냈고, 김영삼 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냈습니다. 한나라당은 1997년 대선에서 패배해 야당이 됐습니다. 서청원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사무총장, 대표를 지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에서 또다시 패했습니다. 서청원 의원은 차떼기 사건으로 감옥에 갔습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그는 정치에서 물러나 있었습니다.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해 그해 4월9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박근혜 대선 캠프 합류를 선언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 후보와 악수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해 그해 4월9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박근혜 대선 캠프 합류를 선언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 후보와 악수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07년 4월 서청원 의원은 박근혜 경선 후보 사무실을 찾아가 공개 지지선언을 하며 정치에 복귀했습니다. 김영삼에 이어 두번째로 그가 선택한 ‘주군’은 박근혜였던 것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매우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서청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도와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서청원 의원 자신은 이회창 후보와 함께 2002년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했으니까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명분도 있었습니다. 그는 박근혜 후보 경선캠프에서 고문을 맡았습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땅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히게 됩니다.

서청원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친박 인사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켰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워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창당했습니다. 13.2% 득표율로 14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습니다. 하지만 친박연대 대표로서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2010년 12월까지 감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서청원 의원은 검찰의 수사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2010년 의정부교도소에서 출옥하면서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였습니다.

1년 뒤인 2011년 12월8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서청원 의원이 이끄는 청산회 송년모임에 비서실장격인 유정복 의원을 통해 화답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등산모임으로 전국 조직을 갖춘 청산회의 ‘청’자는 서청원 의원의 ‘청’자입니다.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 서청원 대표님과 청산회원 여러분 모두에게 각별한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 짤막한 한 마디로 박근혜-서청원 두 사람 사이에는 조직폭력배 못지 않게 두터운 ‘의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서청원 의원과 청산회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서청원 의원은 동교동계인 한화갑·안동선·이윤수 등 전직 의원들의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이끌어냈습니다.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친분을 활용해 동교동계 전직 의원들을 끌어들인 것입니다.

서청원 의원은 사실 동교동계에 신세를 진 일도 있습니다. 2008년 친박연대 공천헌금 사건으로 감옥에 있던 서청원 의원은 수감 생활을 무척 힘들어 했습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정치인의 얘기는 이렇습니다.

“서청원 의원에게는 심장질환 말고도 폐소공포증이 있었다. 감방 안에서 밤에 소리를 내어 울었다. 같은 사동의 죄수들이 잠을 잘 수 없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런 사정을 야당 원내대표였던 박지원 의원이 전해들었다. 박지원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에게 ‘같은 당인데 이명박 대통령 너무 하는 것 아니냐. 저러다가 죽는다. 야당에서 부탁한 것으로 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좀 풀어달라고 건의하라’고 여러차례 말했다.”

서청원 의원은 결국 2010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습니다. 2012년 대선 직후에는 최시중·천신일 등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과 함께 사면 복권됐습니다. 그리고 2013년 10월30일 재보궐선거에서 경기도 화성갑에 출마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불사조처럼 살아서 돌아온 것입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의원 등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의원 등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그 뒤 서청원 의원은 2014년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상도동계 후배인 김무성 의원에게 29.6%(5만2706표) 대 21.5%(3만8293표)의 큰 차이로 패배했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영광스런 8선 고지에 올랐습니다.

친박 공천 파동으로 새누리당은 몰락했지만 서청원 의원에게는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7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지금으로서는 서청원 의원이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서청원 의원은 ‘친박’을 했기 때문에 감옥에 잠시 갔지만, ‘친박’을 했기 때문에 부활했고, ‘친박’을 했기 때문에 정치인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있는 것입니다.


‘친박실세’ 불출마 영향?…서청원 출마설 왜 나왔나

그런데 며칠 전 서청원 대표 출마설이 갑자기 불쑥 튀어 나왔습니다. 지금 새누리당 안팎이 온통 서청원 대표 출마설로 시끌벅적합니다. 서청원 대표 출마설은 왜 나왔을까요?

이른바 ‘친박실세’로 불리는 최경환 의원의 대표 불출마 때문입니다. 당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강경 친박’ 의원들이 최경환 의원 대신 서청원 의원에게 대표 출마를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최경환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7월6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강경 친박 이장우 의원은 이틀전인 4일 이미 “엄중한 시기에 처한 당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 경륜이 풍부한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의원들 사이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5일에는 정갑윤·조원진·김태흠·박맹우·이장우·이완영·함진규 등 친박 의원들이 서청원 의원 사무실로 찾아가 전당대회 출마를 요구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서청원 의원 출마에 대해 친박세력 안에서도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친박이 노골적으로 당권을 장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온건 친박’이 꽤 있습니다. 자칫하면 민심의 이반을 불러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홍문종·한선교 등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는 친박 의원들도 서청원 의원 출마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자신이 대표를 하기 위해서라도 ‘큰 형님’의 출마가 달갑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강경 친박들은 막무가내입니다. 왜 그러는 것일까요? 강경 친박들은 좀처럼 자신들의 주장을 언론에 드러내놓고 하지 않으려 합니다. 지난 8일 강경 친박 한 사람이 비공식적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처음엔 이주영 의원 지지를 생각했는데 이주영 의원이 화합을 내걸지 않고 공천 과정을 파헤친다고 하니 친박들이 돌아선 것이다. 서청원 의원이 나와서 당을 좀 안정시켰으면 하는 여론이 당내에 많다. 지금은 당이 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청와대와 당의 관계가 걱정이다. 정병국·김용태에게 당권을 주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다. 자칫하면 당에 분란이 나고 분당까지 갈 수도 있다. 막아야 한다.”

대통령 임기 말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관계가 좋아야 분란을 막고 안정적으로 정권을 다시 잡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철저히 박근혜 대통령의 시각에서 임기말 정국과 2017년 대선을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주영 의원이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그러는 것일까요?

이주영 의원은 7월3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혁신의 첫 관문은 책임있는 인사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데 있다. 무엇보다 자숙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총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던 분들이나 앞으로 우리 당의 통합을 이뤄가는데 문제를 제기하는 인사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그런 당 운영이 돼야 한다는 뜻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친박 강경파를 확실히 견제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주영 의원은 이후에도 여러차례 새누리당 혁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 누구 말이 옳은 것일까요? 안정을 주장하는 강경 친박이 옳은 것일까요, 아니면 혁신을 주장하는 이주영 의원이나 비박 세력이 옳은 것일까요?

<동아일보>는 7월7일치 ‘최경환 불출마에도 친박은 패권주의 미련 못 버리나’라는 사설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최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서 의원의 출마 고사는 현재 권력에서 미래 권력으로 한 시대가 서서히 바뀌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의미다. ‘꼴박(꼴통 친박)’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강성 친박들은 대선 과정에서도 알량한 당내 다수의 머릿수를 계산하면서 총선 때와 같이 패권주의를 휘두르려 하겠지만 무망한 시도일 뿐이다. 당내 분란만 초래해 여당의 재집권만 어렵게 만들 것이고, 내년 대선에서 야당의 집권을 돕는 결과로 직결돼 친노(친노무현)계처럼 ‘폐족의 낙인’만 찍힐 공산이 크다. 친박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패권주의에 미련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7월9일치 ‘청와대 오찬이 서청원 친박대표 나오라는 자리였나’라는 사설에서 또다시 서청원 의원 대표 출마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에게 ‘당내 최다선 의원으로서 후배 의원들 지도하시는 데 많이 애쓰신다’고 치하한 발언에 대해 당 대표에 나서라는 권유라는 해석이 당내 일각에서 나오는 것은 개운치 않다. 서 의원이 ‘친박계 단일 대표’로 8월9일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계파 갈등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설령 서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 해도 새누리당은 혁신은커녕 ‘도로 친박당’이라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중앙일보>는 7월9일치 ‘친박, 청와대 오찬 정신 삼켜버릴 셈인가’라는 사설에서 매우 강하게 서청원 대표 출마를 비판했습니다.

“다음달 9일 있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친박계 실세 원로인 서청원 의원의 출마설이 나돈다. 그는 8선 최다선 의원이자 당 대표를 두 번 지냈다. 서 의원이 실제로 당대표 출마를 감행한다면 지금까지 명예로운 정치 경력은 진창에 처박힐 것이다.

그는 지금 전 국민의 스트레스로 지탄받는 기십명 친박 세력으로부터 출마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친박 그룹은 그동안 자기들의 이익을 지켜줄 수호자로 최경환 의원을 밀다가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대안으로 서 의원을 내세우려는 것이다. 친박 세력은 4·13 총선 때 ‘유승민 의원 찍어내기’ ‘김무성 대표 고립시키기’에서 드러났듯이 파벌적 목표를 위해서라면 공익, 규정, 절차, 상식, 민심을 깡그리 무시하는 패거리의 정치를 자행했다. 선거 후에도 자기들 말을 듣지 않으면 당의 원내대표든 사무총장이든 공식 기구를 언제든지 뒤집어엎는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서청원 의원을 옹립하려는 핵심 이유가 공공적 명분이 아니라 ‘친박 출신 다른 후보들의 배신 가능성’과 ‘친박의 구심점이 되어달라는 것’이라고 하니 질 낮은 정치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서 의원이 친박 해체에 앞장서지 못할망정 오히려 그들의 선두에 서서 계파 정치를 깊게 하고 새누리당을 또 친박당의 수렁에 빠뜨리는 건 곤란하다.”

서청원 의원의 대표 출마를 야당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친박의 상징성이 큰 사람일수록 우리에겐 유리하다고 본다. 그럴수록 당의 운신폭이 좁아질 것이다. 새누리당의 대선 전망은 친박 족쇄에서 어떻게, 얼마나 벗어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야당의 전략통 당직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서청원 의원이 대표직에 출마하면 야당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나?

“서청원 대표 출마로 친박이 뭉치기 시작하면 새누리당 내부가 활화산이 될 것이다. 민심으로부터 더 멀어질 것이다. 길게 보면 아무래도 우리에게 유리하다.”

-임기 말에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단결해야 한다는 강경 친박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 아닌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우리가 2007년에 겪어봐서 잘 안다. 10년 동안 쌓인 당과 청와대의 갈등은 구조적인 것이기 때문에 쉽게 치유가 되지 않는다.”

-8월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결과가 8월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별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혹시 비박 나경원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

아무리 살펴봐도 서청원 의원의 대표 출마가 새누리당 안정과 재집권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강경 친박 의원들뿐인 것 같습니다. 서청원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가 되면 당장 새누리당 내부가 친박-비박의 전쟁터가 될 것입니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의 반성을 기대했던 친여 성향 유권자들도 아예 새누리당을 외면하게 될 것입니다.

서청원 출마설이 ‘낭설’이 아닌 이유

그런데도 서청원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직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전망하기가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강경 친박 정치인들이 워낙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야 어찌되든 당내에서 친박 지분을 넓히기 위해 이한구 위원장을 앞세워 공천 파동을 일으켰습니다. 선거 결과 122석 원내 2당으로 밀려났는데도,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회 면면이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실력으로 전국위원회를 무산시켰습니다. 유승민 등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결정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강경 친박들의 행태가 딱 그 모습입니다. 친박세력의 당권 장악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참 희한한 일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서청원 의원은 성공한 정치인입니다. 8선 의원으로서 그동안 대변인, 원내총무, 사무총장, 당 대표를 했습니다. 정무장관도 지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두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김영삼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서청원 의원이 만든 김영삼 대통령은 1997년 외환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서청원 의원이 만든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친박계 의원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에 참석하려고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친박계 의원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에 참석하려고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패장의 마지막 임무는 ‘질서있는 퇴각’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거의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임 뒤 경제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양극화는 더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불황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도 파탄났습니다. 사드 배치로 한반도 전쟁 위기는 높아가고 있습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서청원 의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새누리당 대표 출마가 아닌 것 같습니다. 서청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정부를 만든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패장의 마지막 임무는 ‘질서있는 퇴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더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뒤에서 조용히 도와야 합니다. 2017년 대통령 선거는 그의 몫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서청원 의원 자신을 위해 그가 더이상 업(業)을 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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