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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정치

고한석 빅토리랩 대표

by 아잘 2016. 6. 15.


출처: 뉴스토마토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655541


(피플)"선거 승리, 빅데이터 정치학에 답 있다"

고한석 빅토리랩 대표 "선거데이터와 인구 자료로 분석…후보자 일정 짜는 이들이 좋아해"
"수요자 맞춤형 복지시설·복지인력 배치에도 유용"
입력 : 2016-05-18 15:10:33 수정 : 2016-05-18 15:10:33


[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정치'와 '빅데이터'라는 단어를 동시에 주면서 떠오르는 단어를 묻는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고 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이름을 즉시 떠올리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는 SNS에서 부각되는 키워드를 통해 민심을 분석하거나, 언급되는 양을 토대로 정치인의 전국적 인지도를 측정하기도 하며,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20대 총선 과정에서 한 '유명' 빅데이터 업체가 내놓은 예측은 하나도(!) 맞은 게 없었다. 정치 분야의 빅데이터 분석은 생각만큼 유효하지 않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념이 너무 협소하지 않았는지 묻게 된다.
 
여론조사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총선 전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대부분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지만 선거 후 여론조사 업체들은 그야말로 여론의 폭격을 받았다. ARS나 휴대전화 면접에 근거한 여론조사 기법 자체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에서 유의미한 여론은 도대체 무엇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고한석 빅토리랩(Victory Lab) 대표는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실 정세분석국장 출신의 여론조사 전문가다. 지금은 독립된 업체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거 출마자들이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자문하고 있다. 우리 정치 현실에서 활용되고 있는 빅데이터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또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듣기 위해 그를 만났다.
 
- 빅데이터와 정치, SNS를 떠올리기 쉽다.
 
빅데이터에 대한 정의가 워낙 다양하다. 보통 정치권에서 말하는 빅데이터는 대부분 SNS 데이터다. 하지만 SNS 데이터는 근거가 너무 약하다. 예를 들어, 모수(모집단의 특성값)가 얼마인데 샘플이 얼마고, 이런 것을 따질 수 있어야 한다. SNS는 그런 것 자체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 홍보도구로는 쓸모가 있지만, 결과 예측의 도구로는 위험하다.
 
- 고 대표가 실제로 빅데이터와 정치를 결합하는 방법은.
 
이번 총선 때 총 19개 지역에서 작업했다. 내가 하는 일을 '마이크로 선거지리학'이라고 부른다. 보통 서울의 한 선거구는 10개의 동으로 이뤄져 있다. 그 안에 통이 있는데 통 단위로 정치 지형을 분석해 후보들이 전 지역을 다 커버하지 못 한다면 어떤 지역에서 유세를 하고 조직을 돌리는 것이 득표 극대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찾는 것이다.
 
과거의 선거 데이터와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지도를 제작한다. 보통 한 동당 20장으로, 한 선거구에서 총 200장이 나온다. 양당의 평균 득표율, 핵심 지지자 비율, 소극적 지지자 비율, 무당파 비율 정보들이 합쳐져 통별로 중요도에 따라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예를 들어, 선거에 유의미한 그룹이 '486 그룹'이라고 했을 때 연령과 학력 즉, 40~55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을 인구주택총조사에 나온 집계구(500명 단위 인구 정보)에서 찾으면 486이 한 통에 몇 명이 사는지 딱 나온다.
 
안전이나 환경,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은 선거라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가 중요하다. 그러면 대략 30~40세, 기혼 여성, 두 세대 가구를 조합하면 어느 집계구에 몇 명이 있는지 나온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서울의 대표적 경합지역이었던 A지역 후보와 작업을 했는데 이 후보는 대로변 유세를 안 하고 골목을 다녔다. 이 경우 어떤 골목은 자신을 찍는 골수 지지자들 밖에 없다면, 거기로는 연설하러 갈 필요가 없다.
 
부동층을 30%라고 하는데 여론조사에서나 부동층이다. 실제 투표할 때는 부동층이 없다. 대부분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면 성향이 명확하다. 선거운동의 핵심은 자기 지지자 중에서 투표장에 안 나올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동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들이 어디에 많이 사는지 지도로 보여주고 후보에게 '이 골목으로 가시라'고 하는 것이다.
 
또 선거를 많이 해본 사람들은 선거운동의 시작은 이미 선거운동의 끝이란 걸 안다. 판은 다 결정돼있는 것이다. 이번에 영남에서 당선된 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지역이나 소득 기준으로 보면 어려웠지만 정당으로부터 자유로운 경향의 고학력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기본 판이 이렇다는 것을 제공하고 바뀔 수 있는 지지율 폭을 5%로 본다면 '이 지역에 가서 영향을 주시라'고 하거나, 애초에 15% 이상 차이난다면 '웬만하면 출마하지 마시라'고 하기도 했다.
 
- 빅데이터 지도를 본 후보자나 선거 캠프의 반응은 어떤가.
 
이해가 굉장히 빠르다. 과거에는 대충 감으로 알았던 것이 숫자로 정확히 나오기 때문이다. 자료를 분석하고 지도를 만드는데 보통 한 달이 걸리는데 저희가 최종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그 지역 기초의원들도 같이 듣고 토론한다. 저희는 데이터만 가지고 하기 때문에 '왜'는 모른다.
 
실제로 경기도 B지역 후보와도 작업을 했는데 한 지역이 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돼있는데 한 가운데만 빨갛게(새누리당 지지자) 돼있었다. 우리는 이유를 몰랐는데 같이 보고 있는 시의원이 '새누리당에서 시의원만 3선한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하니 해석이 됐다.
 
후보 일정을 짜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한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후보한테 '여기로 가셔야 합니다'라고 하면 후보가 왜냐고 묻는다. 과거에는 대충 답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놓고 '가야 한다'고 하면 후보가 반박을 못 한다. 대신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참모는 자기 머릿속에 있는 걸 까놓는 것이어서 '다 아는 이야기'라며 시니컬한 반응을 보인다. 
 
- 빅데이터는 어떻게 주목하게 됐나.
 
2007년 대선이 끝나고 아예 다른 일을 하다가 2012년 미국 대선을 조사하고 책을 준비하면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우리 정치권에는 이런 걸 하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선거 경험이 풍부한 분들은 많은데 영어가 잘 안 되니까 실제 미국에서 다 하고 있는 건데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다. 나는 미국에서 유학을 했으니까 '얘들은 출마를 결정하면 한국의 시·도당 같은 곳에서 전략 세우라고 선거구 유권자 분석을 다 던져준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없지?'라는 의문이 생겨 주목하게 됐다. 우리나라에는 SNS 관련 업체는 많지만 빅토리랩 같은 업체는 없다.
 
- 정치 말고도 자문을 해주는 분야가 있나.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행정데이터 분석을 할 때가 있다. 전체 주민을 소득 10분위로 나누고 연령대로 나누고, 어디에 주로 거주하는지 등을 본다. 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인력을 배치할 때 가능하면 수요자가 많은 곳으로 해야 할 것 아닌가. 노인복지관이라면 노인들을 싣고 올 버스 노선을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중요하다.
 
- 효용성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업계 진출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배워보겠다고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나. 
 
물론 있다. 사실 이런 콘셉트의 빅데이터 사업 방식을 공개할지 아니면 혼자만 해 나갈 건지 고민했었다. 그 결과, 널리 알려서 트렌드를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동안의 경험을 담은 책을 내기로 했고, 9월 출간을 목표로 작업 중이다.
 
- 업계를 바라보는 전망은.
 
정치만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고, 빅데이터 마케팅 환경이 변해가면서 함께 변할 것 같다. 미국에서는 데이터 브로커리지(마케팅 정보시장)이 굉장히 활발한데 우리는 조금씩 열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7월에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낸다고 한다. 기존에는 금융기관에 가입한 개인의 정보를 개인신용정보로 봐서 보호해왔는데 누군지 특정할 수 없는 비식별정보는 금융기관 내에서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나는 빅데이터를 주요하게 활용할 분야로 금융권, 통신, 유통사, 포털을 보고 있는데 금융권이 먼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4~5년 정도면 정치권에서도 더 다양한 개인 정보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굉장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할 것이다. 나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고한석 빅토리랩 대표가 지난 16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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