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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선거

박근혜 일인토론 결과

by 아잘 2012. 11. 27.

70분간 진행된 '박근혜 쇼'…정책 토론은 실종

'셀프 토론' 한계 보여줘…사회자·패널 편파진행도 구설수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27 오전 1:44:32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단독 토론'은 사실상 '박근혜 토크쇼'로 끝났다. 26일 밤 11시 15분부터 지상파 3사와 종편이 중계한 생방송 '단독 토론'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토론에 상응하는 토론을 하도록 해달라"는 새누리당의 요청에 의해 70분간 진행됐다. 토론 형식 등 역시 새누리당에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 전문가 패널, 즉 '국민 면접관'으로는 보수 언론인 <중앙일보> 정진홍 논설위원,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 출신이고 뉴라이트 성향인 정치 전문가 홍성걸 국민대 교수와 함께 가정상담 전문가인 단국대 서미아 교수, 언론 전문가인 서울대 이은주 교수가 출연했다.

경제나 외교 안보 전문가 등 정책 전문가가 없는 토론이었다. 특히 홍성걸 교수는 이명박 정부 초반 '강부자' 논란이 있던 당시 한 TV 토론회에 출연해 "현대사 과정에서 땅투기를 안 한 사람이 바보 아닌가"라고 발언했던 전력이 있다.

▲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생방송 TV 토론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참석,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사회자와 '비빔밤'을 주제로 훈훈한 대화

'국민 면접'으로 명명한 이번 '단독 토론'은 음악과 함께 스튜디오에 마련된 문이 열리며 박근혜 후보가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의 '이력서'가 공개됐다. 사회를 맡은 송지헌 아나운서는 이력서의 내용을 소개하며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택했다. 과 수석 졸업했다. 다른 친구들이 다 놀았나. (학교를) 재미 없게 다녔나 보다"고 질문을 던졌다. 박 후보는 "제가 열심히 (공부)했다. 힘들었다"고 답했다.

영남대 이사장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고, 국회 청문회에 불려가야 했던 일이나, 자신의 형제들의 반발로 육영재단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일 등은 생략됐다. 1979년 10.26 이후 이같은 이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 아나운서는 "평범한 삶을 살다가 15대 국회에서 정치를 시작했다"고 박 후보의 이력을 간략하게 언급했다.

송 아나운서는 "2004년 탄핵 정국에서 당을 구했다"며 위기 관리 철학에 대해 물었고, 심지어 "박 후보가 자신 있는 요리는 비빔밥"이라며 왜 박 후보가 비빔밥을 택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같은 질문은 민주당이 사전에 유출됐다고 주장한 큐시트에 나온 내용이어서, '큐시트 사전 유출 의혹'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박 후보는 "(비빔밥은)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섞기만 하는 것은 나중 일이고, 다양한 재료들이 고추장과 섞이는데, 우리도 각자 개성이 다르고 출신 지역의 특성이 다르지만 같이 융합해서 하나가 될 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새로운 발전과 도약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빔밥을 바라봤다"고 '비빔밥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송 아나운서는 "정치 조리사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후 박 후보는 정책 비전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미리 준비한 그림판을 꺼내들고 최근 발표한 중산층 재건 국민행복프로젝트와 관련해 사실상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박 후보는 "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내가 노력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이 가진 잠재력과 소질과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땀 흘려 열심히 노력하면 보상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나라. 최소한의 생활과 안전이 보장된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정책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사 인식, 대북 정책 등 실종

이번 토론회에서 눈에 띤 부분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박 후보의 발언이었다. 박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하고 추상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현실성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기존 부동산 정책 공약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이은주 교수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의 원인을 짚고, 대책을 말해달라"고 질문하자 박 후보는 "하우스 푸어의 경우는 어렵게 집 장만을 했는데 집 값이 떨어지니 팔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고, 고통스럽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집 장만을 위해 대출을 받고 그 이자를 감당하느라 소득의 대부분을 쓰게 된다는 일반적 '하우스 푸어'에 대한 설명과 다소 온도차가 있다. 이는 박 후보가 지난달 23일 '하우스 푸어 대책'을 내놓을 때 지적 받았던 부분이지만, 박 후보는 여전히 '하우스 푸어' 문제를 부동산 시장 수급 문제로 접근하고 있었다.

박 후보는 이어 '하우스 푸어' 대책으로 "공적 금융 기관에 (보유 주택이) 지분 얼마를 매각한다. 그 부분은 임대료만 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집을 갑자기 떠나야 한다든가 이럴 필요가 없고, 전세금 올랐다고 옮겨 다닐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도가 도입이 되면 갑자기 원리금 상환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한다든지 옮겨야 한다든지 그런 고통에서 벗어나고 이자 부담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적 자금으로 개인 주택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단독 토론'이어서 제대로 된 문제 제기나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 교수는 "급한 불을 끄는 정책"이라고 박 후보의 대책을 꼬집었다.

렌트 푸어 대책과 관련해 박 후보가 "집을 마련하거나 전세 들려고 할 때 가장 큰 고통이, 우선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부분"이라고 설명한 데 대해 이 교수는 "집 사는 것을 유보하는 사람보다 집값 지불 능력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전세값이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빚을 내 전세값을 충단하는 것"이라고 박 후보의 설명을 바로잡기도 했다.

이어 박 후보는 사교육비, 반값 등록금 등을 비롯해, 증세 문제, 안보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북 정책이나 외교 정책 등에 대한 토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후보 검증과 관련된 핵심 쟁점인 '과거사 인식 문제'에 대한 질문은 나오지도 않았다. 심지어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문가 패널인 이은주 교수, 서미아 교수의 저출산 문제, 사형제 관련 질문은 답변도 없이 마무리됐으며, 그 와중에 박 후보는 '마무리 발언' 시간을 챙겼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100분간 진행된 토론에서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안보, 남북관계 등 광범위한 주제를 소화한 것과 비교된다. 박 후보는 70분을 사용했고 야권의 두 후보는 일인당 50분을 사용했지만 박 후보에 대한 질문 시간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토론 중간에 박 후보가 시장에서 수산물을 사고 물건 값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돈을 꺼낸사진, 한 아주머니의 악수를 회피하는 사진과 관련한 '해명'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다. 박 후보는 "(언론을 통해) 악랄하게 유포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