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11일 박주선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된 반면, 관심을 모았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은 부결시켜 파문을 낳고 있다.

국회는 11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박주선 무소속 의원과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3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 처리했다. 표결 결과, 박주선 의원 체포동의안은 총 투표수 271명 가운데 찬성 148표, 반대 93표, 기권 22표, 무효 8표로 가결된 반면,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74표, 반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로 '압도적으로' 부결됐다.

이는 지난 4일 체포동의안이 먼저 접수된 박 의원과 지난 9일 체포동의안이 접수된 정 의원에 대해 각각 무기명 비밀 투표가 진행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는 지난 9일 임시국회 본회의에 보고돼 이날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 11일 본회의에 참석한 박주선 무소속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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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지난 대선 전후로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이상득 전 부의장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박주선 의원은 4·11 총선에서 사조직을 조직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최근 여야 모두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선언하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날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앞서 새누리당은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으며, 민주통합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상식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겠다”며 자율투표에 맡긴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정두언 의원과 박주선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동일 선상에서 처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 의원의 경우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형 집행을 위해 체포동의안이 처리돼야 하지만, 정 의원은 단순히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구인하는 과정이므로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의견 조율에 들어갔으며, 일부 의원들은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한 동의안인 만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체포동의안을 보내온 그동안 관례에 어긋난다며 체포동의안 처리 반대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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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두언 의원은 본회의에서 투표에 앞서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말해 전형적인 표적수사요 물타기 수사”라며 “대통령 주변에서 줄곧 비주류 쇄신의 길을 걸어왔던 저를 이상득 전 부의장 비리와 함께 엮음으로써 형님 비리를 물타기함과 동시에 눈에 가시인 저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저의 잘못이라면 선거를 돕겠다고 찾아온 한 기업인을 이상득 전 부의장에게 소개시켜준 것이라고 검찰에 이미 밝힌 바 있다”며 “단순히 소개만 하고 나온 저를 공범으로 몰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그는 “법원의 영장심사에도 자발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혀왔다”며 “저에 대한 부당한 짜맞추기 수사에 당당히 맞서서 반드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즉각 반발하며 새누리당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번 표결은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다. 새누리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앞세워 선전해온 국회개혁이 단지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며 “새누리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가 국민 앞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대변인은 “국민 앞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떠들던 새누리당은 개회를 40분간 지연하면서 사전 의총을 통해 작전을 짜고 국민을 배신했다”며 “새누리당이 말하던 쇄신의지는 어디로 갔나. 자신의 특권은 누리고 남의 특권만 내려놓는 것이 새누리당의 쇄신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정두언 의원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정 의원은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트위터에 "저의 진정성을 믿어준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의 시련을 저의 정치활동 전반에 대해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