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집권 첫해 자행했던 정연주 KBS 사장 축출 프로젝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공영방송 사장을 끌어내고 대통령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혀 언론을 장악하려 했던 그들의 추악한 음모가 결국 탄로난 셈이다.

대법원은 12일 정연주 KBS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연주 무죄’는 곧 ‘정치검찰 유죄’이다. 대한민국을 촛불로 뒤덮이게 했던 그 뜨거운 여름, 2008년 그 시간은 결국 이런 결과물을 내놓았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결과를 접하고 나니 참담한 기분이다.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다. 당사자의 고초는 물론이고 시민들이 그동안 느꼈을 마음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그들이 사랑했던 대한민국이 한순간 이렇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자체로 고통이다.

지난 12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은 정연주 전 KBS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연주 KBS 사장 축출작업은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연주 개인문제를 넘어 한국 언론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한국 언론계 생태계가 얼마나 황폐화될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국민 신뢰도 1, 2위를 다투던 KBS와 MBC는 지금 국민 손가락질을 받는 방송사로 전락했다. 취재 현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낯 뜨거울 정도로 정권 친화적인 방송행태를 보이고, 심지어 방송 뉴스를 그들의 사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태까지 보였다.

정연주 KBS 사장 축출작업은 엉킨 실타래의 시작이다. 정권 입장에서 ‘공영방송’은 그들의 충실한 ‘개’일 뿐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짖으라고 하면 짖고 물으라고 하면 무는 이들이어야 했다. 공영방송이, 그곳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영혼이 망가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거대한 고깃덩어리일 뿐이었다. 집권 기간 동안 더 많은 고기를 차지하려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작업이 필요했다. 언론생태계 파괴, 그 여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언론사 상층부를 장악한 정권의 충직한 하수인들은 ‘바른 소리’를 내고자 했던 언론인들을 몰아냈다. 한직으로 몰아냈고, 징계 위협을 가했으며, 심지어 해직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뉴스의 현장에서 땀을 흘려야 할 ‘노종면’이라는 언론인을, ‘이근행’이라는 언론인을 해직 언론인으로 만들었다. 남아 있는 이들, 특히 언론 상층부를 이루는 이들은 ‘권언유착’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언론계를 망가뜨렸다. 그렇게 그들의 세상이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을 것이다.

정연주 KBS 사장 축출 작업의 ‘역사적 심판’은 그들의 세상이 곧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이제 그 실체를 파헤치고 심판해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장악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치밀한 ‘복기’를 통해 이유를 알아야 한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근본 원인은 ‘더러운 욕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더러운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대한민국의 영혼을 파괴시킨 그들의 역겨운 손짓, 몸짓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연주 KBS 사장 축출작업은 언론 내부의 정권 하수인들과 ‘정치 검찰’의 합작품이다. 언론생태계 파괴의 대가는 ‘승진’이었는지도 모른다. 언론계 내부에서, 검찰 내부에서 더러운 공범들은 승진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것을 출세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직급은 높아졌는지 모르지만 언론의 영혼을 파괴한 ‘더러운 전리품’일뿐이다. 짧고 짜릿했던 욕망의 시간도 이제 끝나가는 모습이다. 자신의 이익을, 승진을 위해 대한민국을 망가뜨렸던 그들의 행위는 이제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영혼을 범했던, 언론생태계를 무참히 짓밟았던 그들의 더러운 욕망,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알려줘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제 그들이 당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