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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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합리 사이… ‘앵그리 30대’ 정치현안에 차가운 시선
기사입력 2013-11-08 03:00:00 기사수정 2013-11-08 08:51:10
최근 여론조사서 진보-親야당 성향
억눌린 분노와 좌절감의 표출일까. 최근 정치권과 여론조사업계에선 30대의 여론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나 19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이들은 학창 시절 ‘X세대’, 취업 때 ‘IMF 세대’, 지금은 한 인기 드라마의 이름을 따 ‘응답하라 세대’로 불린다. 애초부터 박근혜 정부의 탄생을 반기지 않았던 이들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이나 정치적 판단에 대해 줄곧 ‘차가운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특정 사안에선 ‘합리적 판단’을 내세우며 정부 방침을 지지해 ‘종잡을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 진보성향 두드러지는 ‘앵그리 30대’
30대는 최근 실시된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친(親)야당적인 성향을 보였다. 6일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의 설문 조사 결과 30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일을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44.2%)이 가장 많았다. 전 연령대 가운데 새누리당 지지율(33.6%)이 가장 낮았고 민주당 지지율(31.9%)은 가장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새누리당,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47.4%, 23.0%였는데 30대만 양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을 가정했을 때 신당 지지율(37.8%)은 새누리당(22.1%)과 민주당(13.2%)을 합친 것보다 높았다. 대선 전 안 의원의 ‘힐링’ 행보가 지치고 화난 30대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현 정부의 정책과 판단에도 가장 부정적이었다. 통합진보당이 북한을 따르는 종북세력인지를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반대 의견(52.3%)을 보였다. 부정적 답변이 절반을 넘은 것은 전 연령대에서 30대가 유일했다. 이들은 법무부의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청구에도 가장 부정적이었다.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잃도록 결정해야 한다거나 국회가 이석기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에 가장 강하게 반대한 것도 30대였다.
○ ‘합리적 비판세력’ 역할도
하지만 이들의 진보성향을 특정 이념에 따른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많다. 30대는 ‘반(反)기득권-반보수’라는 큰 틀의 공감대는 가지고 있지만 이념의 틀 안에서 사안을 판단하는 것에는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 이들은 민주화 투쟁에 몰두했던 선배들과 달리 ‘적’이 명확하지 않은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쌓았으며, 이념적으로도 민족해방(NL), 민중민주(PD), 비운동권 등 여러 가치를 모두 접한 세대다. 조직보다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중시하기 시작한 것도 이 세대의 특성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3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지만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 비판세력의 역할을 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30대는 ‘국정원의 댓글과 트위터 활동이 대선 승패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50대(77.2%)에 이어 두 번째로 부정적(64.9%)인 반응을 보였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대답도 20대보다 적었다. 일본의 도발에 맞서 정부가 현재의 강경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답(78.6%)은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고,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전체 평균(77.4%)보다 많은 84.1%가 동의했다.
○ 교육환경-경제적 경험 영향
30대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가치가 지지를 얻는 데는 이들이 겪어온 교육환경과 사회·경제적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로부터 진보·중도적 가치에 대해 교육을 받은 첫 세대였다.
1998년 외환위기사태,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몸으로 체감한 것도 이 세대다. 10년 내에 몇 차례나 닥쳐온 경제위기로 취업시장은 얼어붙었고 이들이 집을 마련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위기는 모두 헤쳐 나가면서도 경제발전의 혜택은 챙기지 못한 채 양극화의 늪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386세대보다 정치 참여가 어렵다는 점도 이들의 불만을 쌓이게 하고 있다. 30대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선호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5060세대’의 벽에 막혔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30대는 자신이 추구하는 꿈에 비해 현실이 더 엄혹하고 이 때문에 희망도 잃은 세대”라며 “이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창봉 ceric@donga.com·권오혁 기자
○ 진보성향 두드러지는 ‘앵그리 30대’
30대는 최근 실시된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친(親)야당적인 성향을 보였다. 6일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의 설문 조사 결과 30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일을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44.2%)이 가장 많았다. 전 연령대 가운데 새누리당 지지율(33.6%)이 가장 낮았고 민주당 지지율(31.9%)은 가장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새누리당,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47.4%, 23.0%였는데 30대만 양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을 가정했을 때 신당 지지율(37.8%)은 새누리당(22.1%)과 민주당(13.2%)을 합친 것보다 높았다. 대선 전 안 의원의 ‘힐링’ 행보가 지치고 화난 30대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현 정부의 정책과 판단에도 가장 부정적이었다. 통합진보당이 북한을 따르는 종북세력인지를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반대 의견(52.3%)을 보였다. 부정적 답변이 절반을 넘은 것은 전 연령대에서 30대가 유일했다. 이들은 법무부의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청구에도 가장 부정적이었다.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잃도록 결정해야 한다거나 국회가 이석기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에 가장 강하게 반대한 것도 30대였다.
○ ‘합리적 비판세력’ 역할도
하지만 이들의 진보성향을 특정 이념에 따른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많다. 30대는 ‘반(反)기득권-반보수’라는 큰 틀의 공감대는 가지고 있지만 이념의 틀 안에서 사안을 판단하는 것에는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 이들은 민주화 투쟁에 몰두했던 선배들과 달리 ‘적’이 명확하지 않은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쌓았으며, 이념적으로도 민족해방(NL), 민중민주(PD), 비운동권 등 여러 가치를 모두 접한 세대다. 조직보다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중시하기 시작한 것도 이 세대의 특성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3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지만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 비판세력의 역할을 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30대는 ‘국정원의 댓글과 트위터 활동이 대선 승패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50대(77.2%)에 이어 두 번째로 부정적(64.9%)인 반응을 보였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대답도 20대보다 적었다. 일본의 도발에 맞서 정부가 현재의 강경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답(78.6%)은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고,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전체 평균(77.4%)보다 많은 84.1%가 동의했다.
○ 교육환경-경제적 경험 영향
30대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가치가 지지를 얻는 데는 이들이 겪어온 교육환경과 사회·경제적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로부터 진보·중도적 가치에 대해 교육을 받은 첫 세대였다.
1998년 외환위기사태,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몸으로 체감한 것도 이 세대다. 10년 내에 몇 차례나 닥쳐온 경제위기로 취업시장은 얼어붙었고 이들이 집을 마련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위기는 모두 헤쳐 나가면서도 경제발전의 혜택은 챙기지 못한 채 양극화의 늪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386세대보다 정치 참여가 어렵다는 점도 이들의 불만을 쌓이게 하고 있다. 30대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선호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5060세대’의 벽에 막혔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30대는 자신이 추구하는 꿈에 비해 현실이 더 엄혹하고 이 때문에 희망도 잃은 세대”라며 “이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창봉 ceric@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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