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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전통주

소주 첨가물

by 아잘 2013. 2. 26.

http://legacy.h21.hani.co.kr/section-021136000/2008/05/021136000200805140710038.html

 

소주의 첨가물을 아십니까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술, 주류 표시규정 바뀔 때까지 증류식 소주를 권합니다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술은 식품일까 아닐까. 마시는 술 말이다. 당연히 식품으로 봐야 한다고? 그렇다면 꽤나 특혜를 받고 있는 식품임이 틀림없다. 일반 식품들은 요즘 소비자 앞에서 거의 발가벗겨져 있는 상태다. 원료는 물론이고 첨가물까지 상당 부분 신고하도록 되어 있으니. 그러나 술, 술만은 예외다. 아직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소주도 좋고 맥주도 좋다. 이들 식품의 신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 (사진/ 한겨레 이정용 기자)

술이 이처럼 특별대우를 받는 이유는 주류 표시규정에 고약한 대목이 들어 있어서다. “표시해야 할 첨가물은 식품위생법에서 명칭과 용도를 표기해야 하는 물질로 한다”는 구절이 그것. 아니, 첨가물이라니. 술에도 첨가물이 들어간단 말인가? 이렇게 의아심을 갖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그렇다. 술도 가공식품의 한 아류인 만큼 당연히 식품첨가물이 사용된다.

일단 이 구절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자. 언뜻 일반 가공식품의 표시규정과 비슷한 듯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식품위생법에서 명칭과 용도를 동시에 표기해야 하는 물질, 그것은 극히 제한된 몇 가지의 첨가물에 불과하다. 합성보존료, 합성색소, 합성감미료 등 유독 질책을 많이 받는 몇몇 물질뿐이다. 결국 일반 원료는 물론이고 거의 대부분의 첨가물을 술에서는 굳이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는 많은 병폐를 낳고 있다. 한국 술의 대표선수, 소주를 보자. 소주를 좋아하시는가. 왜인가. 십중팔구는 소주의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것일 터다. 그 달콤한 맛은 무엇이 만드는가. 과당? 이렇게 대답했다면 관심이 많은 분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대답은 틀렸다. 과당이 만드는 소주의 단맛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소주를 좋아하신다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첨가물이 하나 있다. ‘스테비오사이드’라는 감미료다. 이 물질을 모르는 한, 소주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일 수밖에 없다. 소주에서 단맛을 만드는 최대 수훈자이기 때문이다. 설탕에 비해 약 300배나 강한 강력한 감미도를 자랑하는 이 감미료는 다행히 합성물질은 아니다. 스테비아라는 식물의 잎에서 추출해 만든다. 그래서 식품위생법에서는 이 물질을 천연첨가물로 분류하고 있다. 물질명과 용도를 동시에 표기하도록 요구하지도 않는다. 소주에서는 표시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스테비오사이드의 안전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30여 년 전에 개발된 이후 유해하다는 이론과 무해하다는 이론이 줄곧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다. “체내에서 분해되어 해로운 물질로 바뀐다”는 주장이 나올라치면 곧이어 “대사되지 않고 체외로 안전하게 배출된다”는 주장이 따라 나온다. 최종 판단은 소비자 각자의 몫인 셈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 소주에 스테비오사이드가 사용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그것은 주세법 표시규정의 한 구절 때문이다. 그 한 구절 탓에 소비자들은 귀중한 알 권리를 훼손당하고 있다. 아니, 우롱당하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100% 핀란드산 순수 결정과당 사용.” 어디서 많이 들어본 문구일 것이다. 국내 최대 소주회사의 광고 카피다. 이 카피를 듣는 순간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소주 단맛=과당’이라는 등식이 자리잡는다. 그곳에 낯선 감미료가 들어설 틈은 없다.

이제라도 주세법 표시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소주도 ‘식품완전표시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현재 소주에 사용되는 첨가물은 스테비오사이드 같은 감미료만이 아니다. 또 술 가운데 이런 베일을 두르고 있는 게 소주만도 아니다.

다행히 첨가물을 싫어하는 분들이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소주가 있다. ‘증류식 소주’다. 일반 소주는 ‘희석식 소주’라 한다. 다만, 증류식 소주는 좀 비싸다. 구입하는 데도 불편함이 따른다. 하지만 그 정도 비용과 불편은 충분히 치를 만하다. 첨가물로 화장한 소주의 가식적인 얼굴보다 정갈한 전통 소주의 민얼굴을 볼 수 있기에.

■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차이

소주는 ‘증류기’라는 설비에서 만든다. 증류기에는 연속증류기와 단식증류기가 있다. 연속증류기에서 만든 것이 주정이다. 알코올 도수가 약 95%로 대단히 높다. 이 주정을 물로 희석한 것이 희석식 소주다. 자연의 향이 없어 첨가물을 넣는다. 증류식 소주는 단식증류기로 만든다. 알코올 도수가 45% 정도다. 이것을 그대로 마시기도 하고, 물을 섞어 마시기도 한다. 발효 시간이 길고 자연의 향이 살아 있다. 보통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의 술 연구가인 스미 히로유키 교수는 증류식 소주에 혈전을 예방하는 성분이 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