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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조 사실상 좌초

by 아잘 2013. 8. 1.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597858.html?_ns=t1

 

정치

국회·정당

새누리, 시간끌기·진빼기…파행 몰다 국정원에 ‘면죄부’

등록 : 2013.07.31 19:50수정 : 2013.07.31 22:42

국정원 국조 사실상 좌초
특위 구성부터 증인채택까지
시종일관 버티다 휴가 가버려

“민주당 스스로 판 엎었다”
국조파행 책임 되레 떠넘겨

새누리당의 ‘버티기 전략’에 파행을 거듭해 온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핵심 증인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청문회 출석 담보 문제를 둘러싼 여야 이견 탓에 31일 사실상 좌초 국면에 접어들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을 선언하며 원외투쟁 쪽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스스로 국정조사를 포기했다”고 반박하는 등 국정조사 좌초의 책임을 두고 온종일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여야는 이날 증인 채택을 위한 막판 협상을 벌였다. 오는 7~8일 증인·참고인 청문회를 열기로 한 여야 합의와 ‘일주일 전 출석 통보’라는 규정를 고려하면 증인 명단을 이날 확정하지 못하면 청문회는 사실상 물건너가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야당에 맞서 ‘국정원 여직원 감금’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민주당 진선미·김현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맞불’을 놓던 새누리당은 이날 협상에선 이런 주장을 접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핵심 증인인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국정조사 출석을 보장하기 위해 ‘동행명령장 발부’를 약속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불출석 사유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동행명령을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는 것은 초법적 요구”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의 법률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는 증인에 대해서는 특위가 동행명령을 할 수 있는데, 불출석은 물론 그 사유조차 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중 가정’을 전제로 동행명령을 사전에 합의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오후에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장외투쟁을 포함한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포하자 “국정원 국정조사를 대선 불복 정치공세의 장으로 만들려다 목적을 이루지 못하자 불리한 판을 뒤집어엎겠다는 것”이라며 “자폭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국정조사가 진행돼온 과정을 복기해 보면, 조사특위 구성단계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새누리당의 버티기와 의도적인 김빼기 전략 탓에 국정조사가 흐지부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조사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그래도 야당과 더 논의하겠다”며 협상 의지를 드러내긴 했지만, 여당에 유리한 합의를 받아낸 뒤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을 끌며 국정조사 진행을 어렵게 해온 게 사실이다.

 

지난해 대선 직전 터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당시 새누리당은 곧바로 “사실무근, 흑색선전”으로 규정했다. 마지못해 국정조사에 합의하면서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국정원 여직원 셀프감금’을 민주당에 의한 ‘불법감금, 여직원 인권 유린’으로 규정하고 이를 국정조사 내용에 포함시켰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이 오피스텔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던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을 국정조사 특위위원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보름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

 

두 의원이 특위에서 물러나자, 다음엔 불법 행위 당사자인 국정원의 국회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정조사를 또다시 파행으로 몰고갔다. 민주당은 결국 야당 구실도 못한다는 내부 비판 속에 새누리당과 타협을 시도했고, 새누리당은 “날씨가 덥다”는 등의 이유로 일주일 동안 특위 활동을 중단한 뒤 사실상 비공개로 국정원 기관보고를 받자고 버텨 이를 관철했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 등의 증인 채택 문제가 본격화한 뒤에는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증인으로 채택해도 법적으로 본인들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불출석해도 고발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미리 김을 빼며 야당의 불신을 자초했다. 이런 상황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해외 방문을,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국회를 비웠다. 일부 특위위원들도 휴가를 가면서 국정조사는 공전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여당이 국정조사 무력화를 통해 국정원의 불법행위에 정치적 면죄부를 줬다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