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칼럼/이슈

파국의 지형학(안철수, 김진숙, 서바이벌, 나꼼수)- 문강형준

by 아잘 2011. 9. 16.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109/h2011091521112786330.htm
안철수·김진숙… 작금의 한국사회는 파국"
■ '파국의 지형학' 낸 문화평론가 문강형준
나꼼수·안철수 신드롬… 탈정치화된 정치의 도래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리사회를 가장 잘 드러내
입력시간 : 2011.09.15 21:11:27
  • 문강형준씨는 <파국의 지형학>에서 제기한 문제의식들을 심화해 '아포칼립스의 문화정치학' 이라는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
요즘 셋만 모이면 나누는 얘기가 '안철수 신드롬'과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 돌풍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을 향한 대중의 정서는 동일하다. 이른바'종결자'를 꿈꾼다는 것. 우리는 이제 대중문화를 '오락 따위'로 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고, 이론으로 무장한 문화평론가들의 등장은 대중이 '오락 따위'를 정치적으로 사고하게 만들었다.

문화평론가 문강형준(36)씨는 이 분야에서 눈에 띄는 지식인이다. 그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 자기계발 이데올로기를 보고, '나는 꼼수다'를 통해'탈정치화된 정치'를 말한다. 그는 신간 <파국의 지형학>(자음과모음 발행)에서 작금의 한국사회를 '파국'이라 규정하면서 2000년대 정치, 경제 굵직한 이슈를 문화적 관점에서 사유하고, 이를 반영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소개한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현재 한국사회의 파국을 보여주는 대표적 이미지는 무엇인가.

"김진숙이다. 한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수백일 동안 홀로 고공크레인에서 투쟁하고 있다. 이 이미지가 보여주는 것은 한국의 자본과 권력이 노동자와 약자를 호명하면서도 동시에 배척했던 현대사 전체다. 김진숙의 이미지는 신자유주의가 불러일으키는 파멸의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그런 상황에서 냉소하지 않는 이가 보여주는 희망의 이미지다." ▶ '희망버스' 거대한 행렬 과연 그 종착지는…

-현재 우리사회를 가장 잘 드러내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꼽는다면.

"'슈퍼스타 K' '나는 가수다'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삶 자체가 생존을 위한 전쟁이 된 상황에서 대중문화는 그 처절한 상황을 감동과 재미로 재(再)서사화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세상의 질서'를 보여준다. 이 모든 프로그램에 투표 등 민주주의 제도가 접목된 것이 흥미롭다. 서바이벌의 상황이 민주주의의 '재가'를 통해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 충격적인 방송·연예계… 더 적나라한 실상들까지

-안철수 신드롬은 어떻게 보나.

"'탈정치화된 정치'의 최신 버전이다. 정치의 핵심은 '평등을 위한 투쟁'인데, 안철수가 구현하는 것은 '행정, 자기관리, 정직함, 성공, 능력' 같은 정치 외적인 측면이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강조하는 자기계발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행정'이고, '투쟁'이 아니라 '관리'다. 안철수는 대중이 원하는 탈정치화된 정치의 상징인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뽑힌 2007년에 나타났던 현상이다. 안철수는 이명박이 결여한 정직성과 진정성의 이미지를 갖춘 '착한 이명박'인 셈이다."

-'나는 꼼수다'가 대박을 낸 이유는 뭘까.

"'나꼼수'는 정치를 엔터테인먼트화하는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등장하는 광대처럼 정치 옆에는 정치를 해부하며 비꼬는 '광대'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전통이 부재한 한국에서는 광대 역할을 코미디가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김어준식 풍자가 이를 수행하는 듯 보인다. 마치 리어왕이 미쳐가면 갈수록 광대의 비중이 커지는 것처럼 '나꼼수'의 인기 역시 '각하'의 꼼수가 강해질수록 커질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칼럼 >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수언론의 네거티브 전략 말바꾸기  (0) 2011.10.20
한미 FTA의 진실게임  (0) 2011.10.19
진중권의 곽노현 비판에 묻는다  (0) 2011.10.06
제주 해군기지 문제  (0) 2011.10.02
천성산 확인기사  (0) 201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