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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칼럼/이슈

파견법 폐지

by 아잘 2016. 7. 15.



[기고]창조경제, 그 시작은 파견법 폐지부터

박주영 | 전국금속노동조합법률원 노무사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새누리당이 폐기된 파견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한 것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 뒤였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세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언급하며 새누리당 개정안에 파견금지 대상에 철도사업을 추가했다는 이유로 파견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주장대로 파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파견금지 대상으로 추가된 철도업무는 철도차량의 운전업무와 제어·통제업무만으로 국한된 것이어서 이 청년노동자가 수행했던 정비업무는 파견금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여당의 파견법 개정안에 맞서 야당에서 내놓은 개정안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되거나 근로자의 보호 필요성이 있는 업무”를 파견금지 대상으로 하고, 철도차량 정비업무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일부 업종에 대한 ‘파견’금지가 아니라 ‘도급’을 통한 간접고용이라는 비정상적 고용형태를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간접고용 자체에 대한 통제가 없는 한 섣부른 파견 확대나 어설픈 파견 제한 모두 노동시장을 왜곡해 간접고용 확산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정부와 여당은 기존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것이 일자리 창출의 유일한 대안처럼 공식화하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청년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이라며 노동4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성의 명분을 청년 일자리 확대라는 프레임으로 삼아 재미를 좀 보더니 이제는 파견 확대의 핑계도 청년 일자리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파견법 개정안은 장년층 노동자들을 정규직에서 몰아내 파견으로 바꾼다는 것이지 청년 일자리 창출과는 하등 상관없다. 우리 산업의 뿌리를 이루는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용안정을 더 두텁게 보호해줘도 모자랄 판에 기초산업의 근간인 일자리를 파견으로 대체한다는 발상은 전 산업에 걸쳐 불안정한 간접고용을 일반화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파견과 도급 기준을 법제화한다고 하면서 법원이 인정한 파견 기준을 축소하고 불법파견의 징표들을 합법화시키고자 한 것이 그러하다. 또 새누리당의 파견 확대안은 55세가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전 산업에 걸쳐 파견 전환과 임금 삭감을 강요받게 되고, 고소득 전문직의 범위도 모호해 불법파견의 위험이 상존한다. 심지어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뿌리산업 파견 확대는 법제화되기 전부터 노동부가 대상 업체명 목록을 작성해 2만6000여개 기업, 42만여명의 특정 종사자에 대한 외주화 및 불법파견을 자극하고 있다. 기존의 핵심 일자리들을 간접고용으로 대체시키면 일자리의 질만 떨어진다. 전 산업적으로 근로조건이 저하되면 청년 신규 일자리의 근로조건도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일자리 창출이란 산업적 수요를 확대해 질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지, 노동자의 제 살을 깎아 불안정 노동의 단기유동성을 이용한 고용률 트릭을 쓰는 것이 아니다. 즉 파견 확대가 일자리 창출정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파견과 용역도급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일단 파견을 허용하면 파견업종을 중심으로 주변부에 도급 등 외주화를 시도하도록 지속적으로 유인한다. 직접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노동력을 맘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합법화해준 파견법은 파견이라는 고용구조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끊임없이 불법파견을 학습시키기 때문이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파견법이 낳은 간접고용의 무한증식 고리를 끊어야 한다. 고용정책기본법상 상시업무에 대한 직접고용 원칙을 고용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명문화하고, 중간착취에 대한 형사적 금지 및 불법파견 사용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강화, 직접고용관계 및 차별 없는 근로조건 보장에 대한 사법적 효력을 분명히 함으로써 간접고용 자체를 근본적으로 규율해야 한다.


그러한 전제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지원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142115005&code=990304&nv=stand#csidxff6006203ecaf2c9e6c0501aaa47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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