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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이그노벨상

by 아잘 2011. 10. 2.

'오줌 참으면 안되는 이유…' 올해 '엽기' 노벨상은?

입력 : 2011.09.30 16:55

노벨상의 시즌이 돌아왔다. 노벨위원회는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마다 이맘 때면 노벨상 수상자 발표와 함께 으레 열리는 행사가 있다. ‘엽기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이그(Ig)노벨상 시상식이다. 미국 과학계의 딴지일보인 ‘기발한 연구연보(AIR)’가 1991년 제정한 상으로 ‘흉내 낼 수 없고, 흉내 내서도 안 되는’ 기발한 연구에 주어진다.

수상작은 대부분 전문 학술지에 실린 것으로, 폭소를 자아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머리를 긁으며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진지한 연구들이다. 시상 분야도 노벨상보다 훨씬 다양하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시상을 맡을 정도로 권위도 있다.

그래픽=조경표
29일 저녁(현지 시간)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왕년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는 새로 신설된 공공안전 부문을 포함해 10개 부문을 시상했다.

올해 이 엽기 노벨상의 의학상은 소변을 참았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선정위원회는 분출 직전까지 소변을 참을 경우 24시간 동안 잠을 안 잤을 때나 약한 정도로 술에 취했을 때 수준으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낸 미국 브라운대 피터 스나이더 교수 연구팀을 올해 이그노벨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스나이더 교수는 “사람들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소변을 참고 있는 때는 술에 취한 상태에 가깝다”며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화장실로 직행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이 이들 연구진의 설명이다.

평화상은 아투라스 주오카스 리투아니아 시장에게 돌아갔다. 주오카스 시장은 지난 8월 도심 군 장갑차를 동원해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고급 차량을 뭉개버리는 퍼포먼스가 유투브를 타고 퍼지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그는 e메일로 보낸 수상 소감에서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는 못된 사람에게 인상적인 교훈을 주고 싶었다”며 “지금도 탱크는 항상 출동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화학상은 가까운 일본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일본 시가대 이마이 마코토 교수팀은 불이 났을 때 톡 쏘는 고추냉이(와사비) 향기를 내뿜어 불이 난 사실을 알리는 화재경보기를 개발한 공로가 인정됐다. 고추냉이의 매운 맛을 내는 아릴 이소시아네이트 성분은 잠결에도 냄새를 맡을 정도로 독특한 향을 낸다. 연구진은 썩은 계란을 포함해 100개가 넘는 악취를 연구한 끝에 고추냉이를 최종 낙점했다. 이마이 교수는 “화재가 났을 때 경보음을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을 깨울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식 노벨상에는 없는 심리학상은 ‘한숨’을 연구한 노르웨이 국립오슬로대 칼 타이겐 교수가 받았다. 그의 연구팀이 한숨을 연구한 동기는 간단하다. 누구도 한숨을 연구한 적이 없었다는 것.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보기에는 쉽지만 풀기는 어려운 퍼즐을 나눠주고 사람들이 한숨을 쉬는 이유를 분석했다. 타이겐 교수는 “사람들은 슬플 때 한숨을 쉰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새로운 시도나 희망, 아이디어를 포기해야 할 때 한숨을 쉬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물리학상은 원반던지기 선수와 달리 해머던지기 선수는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는 이유를 밝힌 프랑스와 네덜란드 과학자들에게, 생물학상은 수컷 딱정벌레가 불쌍하게도 호주산 맥주병을 암컷으로 착각해 짝짓기 하는 현상을 획기적으로 연구한 캐나다와 호주 과학자에 돌아갔다.

▼10개 부문 올해의 수상작▼
○생리학상-붉은다리 거북의 하품이 전염성이 없다는 증거를 밝힌 연구
○화학상-고추냉이 향을 내뿜는 화재 경보기
○의학상-소변을 참았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실을 밝힌 연구
○심리학상-사람들이 하품하는 이유에 대한 연구
○문학상-존 페리의 꾸물거림의 이론
○생물학상-딱정벌레가 호주산 맥주병과 짝짓기 하는 이유에 관한 연구
○물리학상-해머던지기 선수는 왜 어지럽지 않은가를 밝힌 연구
○수학상-수학 계산을 할 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 준 지구 종말론자들
○평화상-군 장갑차로 불법 주차 차량을 부순 아투라스 주오카스 리투아니아 시장
○공공안전상-고속도로에서 반복적으로 햇빛 가리개를 펄럭이는 실험을 한 운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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