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선거

오바마의 이메일

by 아잘 2013. 1. 5.

 

시사인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72

 

> 실용·과학 > IT InsighT

오바마의 이메일에 숨겨진 과학오바마 캠프는 지지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선거운동에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메일 하나도 수많은 실험을 거친 뒤 보냈다.
조회수 : 7,225 | 임정욱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원)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274호] 승인 2012.12.26 03:44:13
트위터 페이스북
Pinsanity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msn
밋 롬니가 공화당의 미국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오바마와 본격 대결하기 시작한 지난 6월 말, 나는 <뉴욕 타임스> 웹사이트를 보다가 오바마의 선거 캠페인 배너 광고를 만났다. “버락과 저녁을. 항공권은 우리가 부담”이라고 쓰여 있었다. 현직 대통령이 무슨 인터넷 쇼핑몰이나 하는 스타일로 ‘낚시 광고’를 내다니 좀 신기하기도 하고 목적이 뭘까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 클릭해봤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것은 대통령 선거 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8월에 시카고에서 열리는 오바마의 생일파티에 온라인으로 5달러 이상을 기부한 이들 중 몇 명을 추첨해 초대한다는 것이었다. 오바마가 온라인에서 선거 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했던 나는 소액을 기부하고 이메일을 등록했다.

오바마의 생일파티에 기부자 몇 명을 추첨해 초대한다는 이메일. 오바마는 이런 이메일로 6억9000만 달러를 모금했다.
그러고 나자 내 예상을 넘는 일이 생겼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바마의 사람들’에게서 이메일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미셸 오바마가 “우리를 만나러 날아오세요(Fly out to meet us)”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오바마와의 결혼생활을 회고하는 글로 시작한 이 이메일은 11월의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부로 힘을 보태달라며, 당첨될 경우 공짜로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고 끝을 맺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오바마의 대선기획단장인 짐 메시나, 부통령 조지프 바이든, 수석보좌관 데이비드 액설로드 그리고 가끔은 오바마 대통령 본인의 이름으로 “커피 한잔 사고 싶다” “이런 말을 하게 돼서 슬프지만” 등 짧은 제목의 이메일이 매일처럼 날아왔다. 사진과 그림으로 장식된 요란한 메일은 아니고 모두 텍스트로만 된 간결한 이메일이었다. 다들 나름 호소력 있는 메시지로 기부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메일, 작은 그룹에 보내 반응 시험

한 달 동안 이메일 수십 통을 받은 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결국 이메일 수신거부를 신청했다. 그제야 오바마의 이메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효과가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최근 <비즈니스 위크>에 실린 ‘오바마 캠페인 이메일에 숨겨진 과학’이란 기사에 따르면 오바마가 온라인에서 모금한 6억9000만 달러(약 7500억원)의 대부분은 모금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오바마의 이메일 팀은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각기 다른 제목과 내용으로 보통 18가지 다른 버전을 만든 뒤 일부 작은 그룹에게 보내 반응을 시험했다. 제목만 다른 것이 아니고 기부를 요청하는 최소 금액, 내용, 포맷까지 변화시키며 다양하게 효과를 시험했다. 그래서 가장 많은 클릭을 유도하는 버전을 선정한 다음 비로소 수천만명에게 메일을 발송했다. 이런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오바마 캠프는 효과적인 모금을 위한 비결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마치 친구에게 받은 것처럼 친숙하고 편안한 제목을 단 이메일이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헤이(Hey)’라는 제목의 메일 하나는 수백만 달러를 모금했다. 둘째, 이메일을 많이 보내면 효과가 반감되리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메일을 더 많이, 자주 보내더라도 실제로 해지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오바마 팀은 선거전 막바지에는 작가 20명으로 팀을 꾸려 수백 가지 다양한 이메일을 지지자들에게 보냈고, 그것이 엄청난 온라인 모금액을 거두는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처럼 오바마는 2008년 대선 때 확보한 지지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갈고 닦아 보완해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선거운동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오바마 캠프는 통계 분석팀을 4년 전보다 5배 확대하고 디지털 캠페인에 예산을 3배 증액하는 등 디지털 선거 전략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감으로 하는 선거는 이제 끝났다.

'정치 > 선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반개표?  (0) 2013.08.09
윤여준- 진보는 악마에게 진 것이 아니다  (0) 2013.01.09
2012 대선 50대의 역할  (0) 2013.01.05
최장집 교수 - 2012 선거와 2013년 전망  (0) 2013.01.03
2012 선거 운동 개략  (0) 2012.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