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주요 치적인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우리사회에 남긴 것 중 하나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요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다. 지난 10월 13일,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 일대의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죄로 경찰에 붙잡혀 재판을 받아오던 대학강사 박씨가 대법원에서 결국 원심대로 벌금 200만 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G20포스터 ‘쥐그림’ 강사, 벌금 200만원 유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G20 포스터에 낙서한 것은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 형법에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고 한다.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넣은 것이 어떻게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행위이고 형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라는 것인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을 아무런 제약없이 표현하고 발표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정수 씨가 G20 홍보포스터에 그려 넣은 '쥐' 그림 낙서. 인터넷에 알려진 이후 네티즌들로부터 '쥐벽서'로 불리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보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고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박씨가 G20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넣다 경찰에 붙잡힌 후 박씨 사건은 이례적으로 서울 중앙지검 공안부가 수사지휘를 맡았다. 그리고 검찰은 G20 정상회의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혐의를 씌워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과연 G20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넣은 것이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공안검찰까지 나서 수사를 할 사안이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사안인지 의문이다. 만일 박씨가 G20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넣은 행동이 공공 게시물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경찰의 범칙금 정도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사건을 대하는 검찰과 경찰의 대응은 누가 봐도 지나친 과잉반응이 분명했다.

이처럼 검찰과 경찰이 과잉반응을 보인 이유는 아마 박씨가 G20 홍보 포스터에 그려넣은 그림이 다른 동물이 아닌 ‘쥐 그림’ 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보면 표현의 자유가 언제든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침해를 당하고 억압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의 생각이나 사상을 그림이나 글, 또는 말로 표현했을 때 정부 권력이 이를 처벌하고 억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중 하나로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신성한 권리중 하나이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월터 리프먼은 표현의 자유는 “특혜가 아니라 위대한 사회를 구성하는 유기적인 필수품”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하고 초대 국무장관과 제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도 “표현의 자유”가 모든 자유의 기초라고 주장하면서 정부보다 언론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지난 1985년에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언론은 취재와 방송 프로그램에 제작에 있어서 양쪽의 의견을 똑같은 분량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 ‘공평의 원칙’에 대해 기계적 중립을 요구하는 이 원칙이 취재의 자유를 억압해 미국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폐지했다. 즉,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공평의 원칙’ 규정을 폐지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치졸한 관점 드러낸 정부

최진봉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미국의 수정헌법1조는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미국이 헌법을 통해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고 보호하려 하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민주주의 사회 구성에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가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정치권력을 포함해 우리사회의 다양한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유민주주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시도하는 권력은 결국 국민들의 견제와 감시를 거부하는 권력으로 국민위에 군림하는 권력집단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쥐 그림’사건에 대해 처벌을 가한 현 정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런 정부를 가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필자는 가슴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