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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배철현 교수님

by 아잘 2015. 12. 18.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9&aid=0003640978&sid1=001

 

 

매일경제


서울대에 가장 위험한 수업을 이끄는 사람이 있다. 배철현 종교학과 교수(53)다. 하버드대에서 구약성서에 쓰인 히브리어와 아랍어, 신약성서에 쓰인 그리스어를 비롯해 쐐기문자, 인도·이란어까지 공부한 고전문헌학 박사인 그는 성서를 문헌학적으로 해석해 가르친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질문한다. 목사님·신부님 해석과 다르다고. 매 학기 수백 명에게 수업을 하면서 늘 답답한 '벽'을 만난 것 같았다.

최근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21세기북스) 두 권을 동시에 출간한 그를 8일 만났다. 학생들 질문에 대한 답이 들어 있는 책이다. '신의 위대한 질문'에는 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성서의 본질을 담았고, '인간의 위대한 질문'에서는 21세기 현대인에게 예수란 무엇인지, 신은 무엇인지 답한다. "성서라는 위대한 책이 종교의 전유물이 되어 안타까웠습니다. 성서는 23억 인구가 읽고 2000년 동안 베스트셀러였죠. 서양문명의 근간이자 인문학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교리나 종교인 눈이 아니라 고전학자로 원전을 읽으며 받은 영감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여전히 16~18세기 루터 칼뱅 웨슬리가 해석한 성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1세기 한국에는 우리만의 렌즈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예수를 혁명적 인물이라고 했다. 신은 하늘에 있는 존재라 믿는 시대에 자신이 신이라 말했고, 모두가 신이라 말해 죽임을 당한 인물이라는 것. "당신 옆에 있는 낯선 자가 바로 신이죠. 낯선 자를 사랑할 수 있느냐가 예수의 가르침입니다. 그리스어 '아가페'는 상대방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는 걸 뜻합니다. 신의 사랑은 원수까지 사랑하는 것이라는 단순하고 혁명적인 가르침이 인류를 감동시켰습니다."

종교가 현재와 같은 폭력의 진앙이 된 이유를 그는 20세기 초 등장한 근본주의 탓이라고 설명했다. 다윈의 진화론과 성서비평학이 발달하면서 종교는 근본주의로 무장했다. 그는 "자기가 믿는 것만 옳다고 믿는 건 오만이자 무식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신의 가르침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삶에 대한 경외가 신이다"라고 말했다. 또 "IS와 알카에다는 종교가 아니라 이데올로기다. 종교는 오히려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 자기 삶을 깊이 보려는 의지다. 나를 변혁시키려는 하나의 활력소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종교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은 죽음을 아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죽음이 인간의 문명을 만들었죠. 유한한 존재인데, 무한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최고의 학문이 종교죠. 그 상상력, 죽음 뒤에 천국이 있다는 상상력이 단테의 '신곡'을 만들어냈고, 창의성의 원천이 됐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로 태어난 인간에게 이타적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것이 바로 종교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어떻게 하면 종교적 가치가 삶 속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그는 2년 전 가평으로 이사를 갔다. 주중 3~4일을 혼자 산속에 틀어박혀 지낸다. 그는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것이 혼자 있기, 혼자 생각하기"라 했다. "한국인들은 제발 모여 있지 말고 고독을 훈련해야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서만 또 다른 자신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죠. 그게 카리스마죠. 특히 리더라면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하루 5시간을 묵상했어요. 생각의 힘은 고독에서 나옵니다."

그는 이처럼 묵상과 연민이 위대한 사람의 조건이라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에서 '저는 제 동생을 지키는 자입니다'라고 말해 대중의 심장을 흔들었다. 성서 창세기 4장에서 가인이 했던 말. 이 말을 통해 자기 형제와 가족, 나아가 국민을 향한 자비(compassion)와 연민의 마음을 웅변했고, 그를 대통령으로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지난 3월 인문학·과학·예술을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서울 북촌에 건명원(建明苑)을 설립했다. 원장인 최진석 교수를 비롯해 주경철·김대식 교수 등이 함께한다. 한국의 '마쓰시타 정경숙'이라 할 만한 이곳에서 1기 학생 30명은 매주 수요일 저녁 4시간씩 토론식 수업을 진행한다. 그는 라틴어 성서 원전을 강독한다. 10개월차에 접어든 건명원에서 그는 "전인적(全人的)인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자신들 역할을 '조산원의 산파'라고 했다.

"휴대폰 속 지식이 1만명보다 똑똑한 세상입니다. 기존 지식을 외는 사람이 아니라 여기선 세상에 없는 질문을 하는 사람을 기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원전을 같이 읽으면서 질문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읽는 행위야말로 생각의 근육을 기르는 운동입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길을 학생들이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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