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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칼럼

리더라면 마지막에 먹어라

by 아잘 2014. 8. 12.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1029322

 

[Hello Guru] "리더라면 직원이 먹고난 다음에 가장 마지막에 먹어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사이먼 사이넥 강한조직 비결 공개
기사입력 2014.07.25 11:40:33 | 최종수정 2014.07.27 08: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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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이먼 사이넥이 미국 해병대의 한 장군을 찾아간다. "어떻게 해병대가 탁월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지 비결을 물어보았죠." 사이넥이 들은 대답은 뜻밖이었다. "장교들이 마지막에 먹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다. 미 해병대에서는 졸병이 먼저 식사를 한다. 최고 선임 장교가 가장 나중에 먹는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해병대에서는 장교, 즉 리더라면 부하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배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하들보다 나중에 먹는 것이죠."

사이넥은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는 원칙이 해병대가 높은 성과를 내는 진짜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 원칙에 따라 미 해병대에서는 리더라면 부하의 삶을 돌봐야 한다. 자신보다는 부하의 복지가 먼저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런 리더 밑에서 부하들은 `안전감`을 느낀다. 조직 내부에서 부당하게 자신의 삶이 손상되고 손해를 입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료들을 믿고 협력하는 게 쉬워진다. 리더가 제시하는 미션을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된다. 그 결과 해병대라는 조직은 더욱 강해진다. 사이넥은 최근 매일경제 MBA팀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모가 자식을 돌볼 책임을 지듯이, 리더는 직원들 삶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직원들도 리더와 조직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강한 조직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사이넥과 일문일답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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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부모에 비유했다.

▶부모는 자식이 먹을 것을 챙긴 뒤에야 먹는다. 자식을 위해 잠도 포기한다. 자신보다는 자식이 원하는 것을 한다. 자식의 성장을 지원하고 자식의 성공을 바란다. 그런 자식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좋은 리더도 마찬가지다. 부하 직원의 성장을 돕는다. 그들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를 바란다. 부하 직원이 조직을 위해 한 일을 자랑스러워한다. 이처럼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좋은 부모가 되는 것과 같다. 직원을 자기 자식처럼 대우해야 한다. 그게 리더십의 비결이다. 리더십은 지위가 아니라 책임에서 나온다.

-리더가 마지막에 먹어야 한다면, 즉 리더가 자신보다 부하의 삶을 먼저 돌봐야 한다면 누가 리더가 되고 싶겠나. 리더는 배가 고플 것 같다.

▶이라크 전쟁 당시 일화를 소개하겠다. 한 그룹의 해병대가 식사를 했다. 병사들에게 배식하고 나니, 음식이 동났다. 장교가 먹을 게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전쟁터에 나갔을 때 병사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음식을 장교에게 가져왔다. 이 일화는 위대한 리더십의 비결을 보여준다. 리더가 우리를 위해 먼저 희생한다면 우리 역시 리더를 위해 무엇인가를 희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리더가 마지막에 먹는다고 해서 배고플 일은 결코 생기지 않는다.

리더가 우리를 자기 자식처럼 대우한다면, 우리에게 사랑을 보여준다면, 우리가 성장하고 강해지는 것을 바란다면, 우리는 리더의 비전을 최우선순위에 놓을 것이다.

반대로 리더가 자신의 삶을 직원보다 우선해 돌본다면 우리 역시 우리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시할 것이다. 그러면 조직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부모는 자식을 버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리더도 직원을 버려서는 안 될 것 같다. 해고는 없어야 하나.

▶재무제표상의 수지를 맞추기 위한 정리해고는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넥스트점프(Next Jump)라는 회사는 종신고용제를 채택하고 있다. 성과가 낮다고 직원을 해고하는 일은 없다. 성과가 낮은 직원에게는 코칭을 제공한다. 그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협박하는 일은 없다. 만약 회사 전체의 성과가 떨어지면 모두가 조금씩 고통을 나눈다. 소수 직원만이 큰 고통을 부담하는 일은 없다.

-회사 성과가 낮아져 정리해고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나.

▶배리웨이밀러(Barry-Wehmiller)라는 회사는 2008년 경제위기 때 매출이 30%나 줄었다. 직원들의 월급을 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대책회의에서 일부 경영진은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밥 채프먼 최고경영자(CEO)는 "정리해고는 없다"고 선언했다. 대신 자신을 포함해 모든 직원이 4주간 무급 휴가를 가자고 했다. 그는 "우리가 조금씩 짐을 나눠 든다면 누군가가 (해고라는) 큰 짐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후 직원들의 사기는 올라갔다. 목표의 2배인 20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리더는 직원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안전사회(circle of safety)`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채프먼은 조직을 안전사회로 만든 리더다. 위기에서도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고, 직원들은 서로의 삶을 돌봤다(예를 들어 직원들은 어려운 형편의 직원에게 유리하도록 휴가를 교환했다. 4주 무급 휴가를 가면 생계가 힘든 직원의 휴가를 2주 줄이는 대신, 다른 직원 2명이 1주씩 휴가를 더 갔다). 그 결과, 배리웨이밀러는 직원들이 안전감을 느끼는 안전사회가 됐다.

-내 직장이 안전사회인지는 어떻게 판별하나.

▶느낌이 온다. 출근할 때 직장 내 다른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안전사회다. 특히 보스나 경영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안전을 느낄 때, 우리는 직장에 출근하고 싶어진다. 동료를 더욱 좋아하게 된다.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게 된다. 우리는 직접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자기 일을 통제하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좀 더 쉽게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 (남들이 비웃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없이) 좋은 아이디어를 쉽게 내놓는다. 그래서 혁신이 더욱 쉽게 일어난다.

-직원들이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의 삶을 돌보는 안전사회 문화를 구축한다면 효과는 엄청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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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이하 타지 호텔) 사례가 있다(2008년 11월 테러리스트들이 호텔을 공격했을 당시, 호텔 직원들은 목숨을 걸고 고객을 구했다. 주방 스태프들은 인간 방패가 돼 고객을 지켰다). 왜 이 호텔 직원들은 고객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했을까. 그 이유는 직원들이 서로 돕는 문화, 고객을 최우선시하는 문화를 구축한 데 있었다. 타지 호텔은 채용 정책부터 특별했다. 일반 직원들은 가난한 이웃 동네에서, 간부들은 이류 비즈니스스쿨 출신 중에서 뽑았다. 이들은 동료와 협력하고 서로 돕는 방법을 잘 이해했다. 반면 일류 학교 출신들은 자기 자신부터 먼저 돌봤다. 돈과 승진이 주된 관심사였다. 또한 타지 호텔은 직원들이 항상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독려했다. 직원이 회사 돈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해도 고객에게 좋은 일이라면 칭찬을 받았다.

이런 두 가지 문화 덕분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고객을 구하기 위해 직원들이 테러리스트가 공격한 호텔로 다시 들어가는 일이 일어났다.

-안전사회가 구축되지 못한 조직은 약해지겠다.

▶그렇다. (우리가 안전함을 못 느낀다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조직 내 누군가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 서로 간에 협력과 신뢰는 줄어든다. 그러면 조직은 본질적으로 약해진다.

-그러나 안전사회 구축과는 거리가 먼 CEO가 존경을 받기도 한다. 잭 웰치 전 GE CEO가 그렇다. 그는 1980년대 초반 직원 11만8000명을 내보내는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끔찍한 일이다. 웰치가 구축한 GE 문화는 토대가 취약했다. GE가 2008년 위기 때 파산을 면하려 정부로부터 3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받았다는 게 증거다. 선장이 위대한지 아닌지는 잔잔한 바다에서는 알 수가 없다. 웰치가 GE를 이끌었던 1980~1990년대에는 웬만큼 하면 누구나 돈을 벌던 시기였다. 당시 GE 실적이 좋았다고 그를 위대한 경영자라고 할 수는 없다. 세계의 혁신적인 회사 중 GE처럼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회사는 없다. 애플ㆍ사우스웨스트 등에서는 해고가 드물다. 코스트코 창업자인 제임스 시네갈은 웰치와 정반대다. 그는 직원들을 돌보는 것을 우선시했다. 웰치와 달리 그에게 정리해고는 최후 수단이었다(시네갈은 2008년 위기로 매출이 27% 감소했는데도 직원들의 시간당 급여를 1.5달러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그는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더 많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누구나 리더가 될 기회와 책임을 갖고 있다. 우리 자신의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을 돌본다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급이 낮아도 이 같은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을 나는 많이 안다. 직급과 상관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더는 `선택`이다.

■ He is…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은 작가이자 리더십ㆍ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2009년 `위대한 리더는 어떻게 영감을 불어넣는가`라는 주제의 TED 강연으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이 강연 동영상은 조회 수가 무려 1794만회에 이르렀다. `와이로 시작하라`(Start with Why)`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등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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