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변신을 시도하는 것일까.
최근 손석희의 JTBC 영입과 윤창중 비판 그리고 518 북한군 개입설 부정 등을 통해, 극우화되는 조선과 동아와 차별성을 두고 지각있는 중도 보수층에 어필하겠다는 전략적 스탠스를 취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3/05/22/11185022.html?cloc=nnc&total_id=11583034
[중앙시평]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3.05.22 00:16 / 수정 2013.05.22 00:16
논설주간
그날로 서울에선 대학생들의 저항이 거의 사라졌다. 계엄군에 검열당한 신문은 녹슨 바리캉으로 깎은 머리같이 군데군데 허연 자국을 남긴 채 배포됐다. 자취방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전화로 들었다는 광주 소식은 무엇이 진실이고 헛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참혹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의 시작은 서울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광주 학생들은 신군부의 총칼에 물러서지 않았을 뿐이다. 누가 퍼뜨렸는지 모르는 북한군 개입설은 당시에도 일부 떠돌았다. 그러나 계엄군의 바리케이드가 걷히면서 함께 사라졌다. 국회 광주청문회, 전직 대통령 재판을 통해서도 실상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제 와 웬 뜬금없는 북한군일까. 특정지역에 대한 모욕적 표현도 아무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그날의 공포와 절망, 눈물을 안다면 같은 국민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 통합 노력을 아는 보수세력이라면 해서는 안 될 언행이다.

물론 이런 편가르기와 편견의 가장 큰 책임은 언론 자신에게 있다.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계에서는 미디어가 위기에 놓였다고 입을 모은다. 관훈클럽, 언론재단 등이 연구보고서를 냈다. 공통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뉴미디어의 등장이다. 그럼에도 가장 큰 원인과 해법은 결국 언론의 신뢰로 귀착된다.
사실관계의 왜곡보다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한 불관용이 언론에 더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 이런 편협함은 사회 전반적 풍토가 됐다. 독자의 신뢰는 무너졌다. 다양한 의견이 허용되고, 활발하게 토론이 벌어져야 건전한 공론의 장이 발전할 수 있다. 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는 공생관계일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신문 중에서 진보적이다. 그럼에도 보수 논객을 특별 관리한다. 닉슨의 연설문을 쓰던 윌리엄 사파이어를 1973년부터 무려 33년간이나 칼럼니스트로 모셨다. 대표적 보수 논객인 데이비드 브룩스도 2003년부터 매주 두 번 뉴욕타임스에 고정칼럼을 싣고 있다. 같은 신문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과는 수시로 충돌한다. 양극화를 두고 브룩스는 ‘노동자 계급의 도덕적 부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크루그먼은 ‘경제적 불평등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브룩스는 ‘실행될지 의심스럽다’고 조롱하고, 크루그먼은 ‘더 과감하게 추진하라’고 주문한다. 그런다고 뉴욕타임스의 입장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우리 독자는 보수진영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어제부터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같은 주제의 사설을 비교해 싣는 공동기획을 시작한 것은 그런 취지에서다. 필자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노력에 더해 일주일에 한 건이긴 해도 다른 시각의 사설을 읽고 비교해 볼 기회를 독자에게 제공하려는 것이다. 독자는 현명하다. 이런 기획에 혼란을 느끼기보다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좀 더 잘 이해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 늘 옳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겸손함이 민주주의의 기초다. 대화와 타협은 거기서 시작된다. 좌든 우든 전체주의는 한 가지 의견만 강요하는 데서 나온다. 신문에는 다른 신문 사설과 비교되는 것이 사실 왜곡과 논리적 비약을 경계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좀 더 다양한 입장을 둘러보고 심사숙고하는 자극제도 될 수 있다. 나와는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고 차이를 좁혀 가려 노력해야 공론장이 살아난다. 그런 정신이 우리 사회, 특히 SNS 세계로 퍼져 나가기를 기대한다.
김진국 논설주간
'좋은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진로학교] 하고 싶은 거 해도 굶어죽지 않아 - 고원형 (0) | 2013.06.19 |
---|---|
[행복한 진로학교] 진로는 직업을 택하는 게 아니다 - 강도현 (0) | 2013.06.19 |
TV조선 518 북한군 개입설 다시 부정 (0) | 2013.05.23 |
북한군 광주사태 개입 주장 (0) | 2013.05.21 |
허성도 - 한국 역사의 특수성 (0) | 2013.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