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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을 맞아 이들의 몸값도 껑충 뛰었다. 최근 정치판에 뒤흔든 안철수 신드롬의 이면을 짚어내고 향후 정국이 흘러갈 방향을 전망한다. 바로 ‘분석과 예측’이라는 고급 정치 콘텐츠를 생산하는 정치평론가들이다. 고성국·김종배·신율 등 정치평론가 3인방을 통해 정치평론가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정치평론가는 데뷔부터 쉽지 않다. 언론의 눈에 띄어야 비로소 ‘정치평론가’라는 타이틀을 부여받을 수 있다. 고성국 박사와 김종배 시사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 모두 “언론이 붙여준 이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치평론가가 의사나 교수처럼 특정 자격증을 통해 얻는 명칭이 아니다 보니 해프닝도 벌어진다. 고성국 박사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며 한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로 출연할 때의 일을 들려줬다. 그는 라디오에서 어느 날 갑자기 평소 불렸던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대신 ‘정치학 박사 고성국씨’로 소개됐다. 다른 패널들은 다 교수로 소개되는데 그만 특정 타이틀로 불리니 더 전문가처럼 보여 공정치 못 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호칭의 어색함 때문에 한 달쯤 뒤 원상복귀 됐다.
언론이 이들을 인정했다는 것은 정치 분석과 예측에서 그 실력이 검증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들은 정치와 관련된 시사 프로그램이나 고정 칼럼을 연재하면서 언론들에 정치 전문가로 인식됐다.
언론이 인정한 이들의 노하우가 궁금해졌다. 정치 현상의 이면을 훑고 앞으로 펼쳐질 정치판을 읽는 그들만의 비법을 물어봤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면서도 “역학관계, 이해관계, 국민 여론 등 일정한 분석 틀로 판세를 읽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예를 들어, 최근 기존 정당의 합계 지지율이 50%를 넘지 않는 점과 지난해 지방선거 때 나타났던 반 MB 정서를 종합해 보면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한 민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몇 해 전부터 안철수 교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 후문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평론을 할 때 당시의 정치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3김시대’에는 이들 정치인들이 국민을 끌고 가는 힘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치가 국민의 상식선에서 이뤄진다는 차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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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성국 박사, 김종배 시사평론가, 신율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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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도 판세 읽기의 중요한 수단이다. “강의하고 연구하는 시간 외에는 뉴스를 본다”는 신율 교수가 이런 케이스다. 신 교수는 지난 1일 통화에서 기사 속에 등장하는 정치적 현상에 관한 팩트나 정치인들의 발언 혹은 행위 등을 종합해보면 “기사 이후의 정국이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가 자신의 전공인 정치학을 십분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고성국 박사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감”이라는 다소 아리송한 답변을 했다. 하지만 그가 ‘현장’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10·2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부산 동구청장 선거는 한나라당이 이긴다’고 예측한 적이 있었다. 그는 “투표일 전에 동구에 갔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예측이 되더라”고 말했다.
고성국 박사의 예측이 꽤 맞아떨어지면서 최근 정치권에서의 ‘러브콜’도 늘어났다.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은 그를 초청해 당 쇄신 방안을 경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는 정치인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잘못된 시야를 가질 수 있을 뿐더러 의도치 않게 정치 컨설턴트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노하우를 통해 정치평론가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가장 먼저 소비하는 이들은 정치부 기자들이다. 사실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들은 공생관계다. 한 뉴스통신사의 정치부 기자는 “언론도 정치 현장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자주 그들의 말을 빌려 인용 보도한다”면서 “최근에는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정치평론가가 하나의 상품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언론에 인용되다보면 이들의 평론은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왜곡 인용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기자들이 특정 멘트만 골라서 쓴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박성민 정치평론가는 기자들에게 코멘트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맞춤형 답변’을 하는 평론가들도 일부 있다는 것이 기자들의 전언이다. 한 정치부 기자는 “소신 있게 답하는 이들도 있지만 미리 매체와 기사 리드를 확인하고는 그에 맞춰서 평론하는 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기자들이 선호하는 평론가는 누굴까. 기자 개인의 가치관 및 인맥, 매체의 특성이 반영되다 보니 교집합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다만, ‘출신성분’ 별 호불호는 어느 정도 비슷했다.
언론인 출신 평론가를 선호하는 기자들은 이들의 뛰어난 감각을 장점으로 들었다. 정치 현상을 꿰뚫어 보는게 상대적으로 더 날카롭다는 말이다.
한 일간지의 정치부 기자는 특히 김종배 시사평론가를 높이 샀다. 그는 “시사 이슈와 정치를 접목시키는 시야가 탁월하다. 정치권 이슈여도 사회적 시사로 보기 때문에 분석이 독특하고 개성 있다”고 평가했다. 김종배 평론가는 ‘안철수 신드롬’을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이라는 주로 평가를 반박하고, 경제민주주의의 문제로 바라봤다.
반면 정치학과 교수들의 평론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이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현장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교수들이 평론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한 기자는 “정치 시즌이 오면 언론을 교두보 삼아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려는 이들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의 연구원들도 평론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자들은 이들의 장점으로 축적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반면 데이터에 의존하다보니 예측이 들쑥날쑥할 때가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기자들은 정치 평론가 대부분이 “현실 정치 경험이 없어 답답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장기적인 예측이나 진단에는 능하지만 최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이슈나 예산 국회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코멘트를 딸만한 평론가를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