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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눈]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황당정치’
2013-07-19 오후 1:31:49 게재 |
'황당' 이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2007년 대선까지 포함하면 벌써 5년 넘게 정치공방의 중심에 있었던 정상회담 회의록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니….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로 대표되는 세계 최고의 기록문화 전통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하다. 더한 것은 벌써부터 "누가 안줬니" "누가 없앴니" 하며 다투는 꼴사나운 정치풍경이다. 2007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근간은 2006년 정부가 제출한 기록물법 제정안이지만 내용물 공개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2005년 발의한 '예문춘추관법 제정안'에 기초하고 있다. 오히려 공개요건을 '과반'으로 낮추자고 제안한 쪽은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었다. 이주영, 나경원 등 당시 법안심사 과정에 참여한 새누리당 인사들은 "과반수 정당이 이것을 보자고 자꾸 하면 대통령기록물의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한 그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특히 정문헌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만든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국가정보원은 스스로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정상회담 회의록 전격 공개로 세계 외교사를 다시 쓰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다. 자신들에 대한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을 변호하는 특정 정당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사실상 정치개입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정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회담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규정한 대변인 성명까지 발표했다. 성명에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출처불명의 '조잡한 지도'까지 첨부됐다. 그러면서도 국정원 대변인은 "(우리가 회담록을) 해석하고 평가한 것이 아니고 팩트(사실)를 제시한 것"이라는 궤변만 늘어놨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귀태' 발언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발끈했다. 여당은 공식적으로 당직 사퇴와 당대표 사과를 요구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의원직 사퇴까지 거론할 정도 격앙된 분위기였다. 곧이어 터진 이해찬 의원의 발언에 대해선 새누리당 초선의원 36명이 징계안까지 제출했다. 이들의 '막말'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새누리당도 오십보백보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노 전 대통령을 '반역의 대통령'이라고 칭했고, 심재철 최고위원도 '반대한민국'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쏟아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조차 2004년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육XX놈', 'X잡놈', 'X알 달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비하한 연극 '환생경제'를 보며 파안대소했던 전력이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불복의 원조'이기도 하다. 참여정부 초기 이들은 "병풍으로 대선 승리를 도둑질 당했다"며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 결국 이런 태도는 탄핵으로 이어지며 스스로를 수렁으로 빠뜨렸다. 굳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언행은 나라의 국격"이라는 발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최근의 상황은 '국격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국민이 무엇을 상상하던 항상 그 이상의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발,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과 국격을 위한 정치를 바라는 것이 망상으로 끝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정치팀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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