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끊긴 전통 누룩, 복원작업이 시급
하지만 주세법의 제정 발표 이후, 밀가루만으로 만든 분곡은 약주, 청주, 과하주 등의 고급술에, 조곡은 탁주, 소주용 누룩으로 쓰이는 경향을 띠었으며, 가양주금지와 밀주단속이 표면화 되었던 1927년부터는 국자제조회사에 의한 생산공업 형태로 바뀌게 됨에 따라 전통적인 방법의 누룩은 생산량이 감소하였으며, 이후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개량식 제국법으로 통일됨에 따라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필자는 일제 강점기 이후, 사라져버린 조선시대 특수누룩 50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재현하여 양조실험을 하게 되었는데, 저마다 독특한 맛과 빛깔, 특히 형용할 수 없는 술향기에 매료된 바 있다. 그간 맥이 끊긴 누룩으로는 밀이나 보리를 주재료로 한 면곡과 추모곡을 비롯, 밀과 쌀 또는 쌀로 빚은 여곡, 설향곡, 연화곡, 홍곡, 백곡, 이화곡이 있고, 밀과 녹두를 이용한 향온곡, 백수환동주곡, 금경로곡, 내부비전곡, 녹미주곡은 특별누룩으로 취급되어 궁중을 중심으로 비전되었었다. 그 밖에 초재(草材)와 약재가 들어간 누룩으로, 연화곡, 요곡, 양능곡, 백주곡, 만전향주곡, 신곡, 정화곡, 동양주곡 등은 누룩이름에 따른 주품명을 갖는 등 특별한 향기와 맛의 주질을 위한 양조에 이용되었다. 이외에도 20여종의 전통누룩이 아직까지 활자에 갇힌 채 빛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넘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국가자원의 망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그 동안 옛 것이라고 해서 간과해버렸고, 무조건적으로 현대적인 사고에 바탕한 합리적인 개선점을 찾고자 개량을 거듭한 결과, 획일적이고 규격화되면서 단편적으로 치우쳐 전통성을 상실한 채, 정체성의 위기를 초래한 예를 수 없이 경험했다. 그러기에 전통 누룩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더욱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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