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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칼럼

채현국 이사장

by 아잘 2014. 1. 6.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8354.html?_ns=t1


등록 : 2014.01.05 15:54수정 : 2014.01.05 20:52

SNS서 인터뷰 기사 인용 2만여건, 댓글 수천개 ‘뜨거운 반응’
누리꾼들 “재산은 세상의 것, 세상에 나눠야” 등 ‘어록’ 공유도

‘시대의 어른’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한겨레> 4일치에 실린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놓고 SNS에서 반응이 말 그대로 뜨겁다.

"언제나 변함없이 참 소탈한 모습입니다"라며 채현국 이사장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채 이사장은 1960~70년대 강원도 삼척시 도계에서 ‘흥국 탄광’을 경영하며 한때 개인 소득세 납부액이 10위 안에 들 정도로 많을 돈을 벌었지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부자들과 달리 유신 시절 쫓기고 핍박받던 민주화 인사들을 도와주거나 직원인 광부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부를 사회에 환원했다. 채 이사장의 부친인 채기엽 선생도 일제 강점기 시절 중국에서 사업을 크게 일으켰고 그 돈으로 독립운동가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줬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사업가로 성공했지만, 그는 “재산은 세상의 것인데 내가 잠시 맡아서 잘한 것뿐이다…애초부터 내 것이 아닌데 더 잘 쓰는 사람한테 그냥 주면 된다”며 이를 삶에서 실천해 큰 울림을 줬다. 1950년대 배우 이순재와 서울대 연극반을 만든 것에 대해서도 그는 “교육의 가장 대중적인 형태가 연극이라고 생각했다. 글자를 몰라도, 지식이 없어도, 감정적인 형태로 전달이 되고…한류, 케이팝도 엄청난 ‘대중 혁명’이라고 본다. 시시한 일상, 찰나찰나가 예술로 승화되는 멋진 일”이라고 했다.

채 이사장은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를 위해 내놓고 현재 경남 양산 개운중·효암고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작업복 차림으로 학교 정원일을 하는 그를 학생들은 잘 알아보지 못 한다고 한다.

안도현 시인은 지난해 말 <한겨레>에 쓴 칼럼에서 채 이사장에 대해 “(학생들이) 저 할배는 뭐 하는 분이지? 허름한 옷차림에 낡은 신발을 신고 모자를 눌러쓴 채 교정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는 한 노인에게 교사들이 꾸벅 절을 할 뿐이다…선생에게 세간의 권위 따위는 검불에 불과하다”고 묘사한 바 있다.

채 이사장의 인터뷰 기사는 현재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채 이사장의 ‘어록’들이 공유되고 있으며, “오랜만에 ‘참인간’을 접한 것 같다”는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5일 낮 현재 <한겨레> 누리집을 보면, 이 기사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인용한 횟수가 2만건을을 넘어섰고, 포털사이트 ‘다음’에선 1만1000여건의 ‘좋아요’와 4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트위터리안들은 “‘늙음’과 ‘낡음’이 어떻게 다른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인생이네요”(@hi****), “우리나라에 이런 어른도 계시다는 걸 전혀 몰랐군요. 참으로 존경스러운 채현국 이사장님”(@km****)이라며 인터뷰 기사의 일독을 권하고 있다. ‘@ju***’는 “가족이 함께 읽고 느꼈는데, 울림이 다르네요”라고 했고, ‘@na****’는 “내가 하는 고민들이 쓸데 없지 않다는 응원을 받은 기분이라 하루종일 든든한 마음이었다. 두번, 세번 읽어가면서는 울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페이스북에서 채 이사장의 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누리꾼(장**)은 ‘선을 다하는 일과 차를 마시는 일이 다르지 않다는 뜻’의 ‘선다일여’(禪茶一如)라는 현판 앞 툇마루에서 소박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채 이사장의 사진을 올린 뒤 “부친이 독립운동가를 도운 분이지만 전혀 내색은커녕 기억도 안난다고 하는 분, 한때 세금 납부 10위권에 들었던 광산주였지만 좋은 일하다가 신용불량자같이 되어 카드도 없이 현찰만 써야하는 분, 옷차림은 남루 혹은 평범하지만 옳은 일에는 보이지 않게 돈을 썼던 분, 지금도 송구스럽게 후배에게 술과 밥을 사는 분, 윗사람에게 반말하고 어린 학생에게 존대말 하는 분…”이라고 적었다.

또 채 이사장이 인터뷰에서 한 말들을 퍼나르며 ‘채현국 어록’을 공유하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았다. ‘@21g***’는 “‘쓴맛이 사는 맛이다’라고 말하는 이런 어른이 우리 시대에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절에 채현국 선생의 말씀을 함께 들어보고 새겨보면 좋을 것 같다”고 권했다. ‘@ha***’도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모든 건 이기면 썩는다. 아비들도 처음부터 썩진 않았지. 노인 세대를 절대 봐주지 마라”는 채 이사장의 말을 전하고 “진짜배기 지식인 채현국 이사장의 일갈. 그리고 인생에 대한 철학 ‘쓴 맛이 사는 맛’”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밖에도 “모든 건 이기면 썩는다. 예외는 없다. 돈이나 권력은 마술 같아서, 아무리 작은 거라도 자기가 휘두르기 시작하면 썩는다.” “재산은 세상 것이다. 이 세상 것을 내가 잠시 맡아서 잘한 것뿐이다. 그럼 세상에 나눠야 해. 그건 자식한테 물려줄 게 아니다” “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등 채 이사장의 말들이 SNS에서 깊은 울림을 낳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