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기, 과연 멀쩡한 게 있기는 한 걸까?
총체적 부실의 대명사 K-11
당시의 압권은 그 누구도 만들지 못한 우리의 방산기술이 집약된 명품으로 칭송을 받던 K-11 복합 소총이었다. K-11은 우리 방산기술의 자랑이었다. 적어도 연구 개발 및 시제품 생산 단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실용화됐을 뿐만 아니라 적군을 상대로 놀랄만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개인화기로 평가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0년 8월의 시험 평가 결과는 참담했다. 시험용 80정 가운데 38정에서 결함이 나와 불량률이 47.5%나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증상 또한 심각했다. 공중 폭발탄(20mm 유탄)을 쏘고 나면 소총 탄환이 발사되지 않거나, 공중 폭발탄만 쐈는데 바로 소총 탄환이 발사됐다. 또 사격을 몇 번 하면 총이 휘어지고, 총을 쏜 뒤에 탄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명품 무기’라고 자화자찬하며 수출 효자무기로 불리던 K-11은 국감장에서 굴욕적인 신세가 됐다.
K-11 복합소총.
“이렇게 불량률이 많으면 이거는 단순히 개선해서 될 불량률이 아니잖아요?”(김장수 한나라당 의원) “생산 공정을 계속 체크하고 확인해봤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현재 없다라고 보고 있습니다.”(정재원 국방기술품질원 원장)
결국 당시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은 “결함을 찾기 위해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앞으로 무리한 무기 국산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14년 10월 국감 경연장에 나온 불량 무기들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함인 율곡 이이함은 지난 2년간 ‘어뢰 기만탄’ 18발이 바닷물에 의한 부식 때문에 2년간 작동불능 상태였다. 어뢰 한 방에 한척당 1조원 짜리 이지스함이 침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일부 구축함은 이제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486CPU에 16MB 메모리를 갖춘 구형컴퓨터로 구동되는 전투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었으며, 대 전차무기는 99% 이상이 노후화 돼 북한의 신형전차에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에 해병대가 보유한 돌격장갑차(KAAV)에 장착한 ‘부가 장갑판’은 북한의 14.5㎜ 중기관 총탄은 물론이고 155㎜포탄의 파편에도 뚫릴 정도였다. 군 관계자는 “기관총에도 뚫릴 정도라면 상륙작전 하다가 몰살당할 판”이라고 말했다. 해병대는 한번에 대원 24명을 실어 나르는 이 KAAV를 168대 운영하고 있다. 또 1600억을 들여 건조한 최신예 구조함 통영함은 불량장비로 인해 세월호 구조에 투입되지 못했으며, 장갑차, 자주포, 전차 등 각종 무기에 불량 부품들이 사용된 정황이 속속 들어나면서 무기 성능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납품업체와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은 줄줄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K-2 자동소총의 가격이 대략 80만원인데 비하면 무려 20배나 비싼 1,600만원 짜리 K-11 복합소총은 올해 국감장에서도 단골 메뉴로 또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2014년 5월 말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실시한 ‘K-11 복합소총 전자파 영향성 실험’에서 시중에서 구입한 자석을 갖다 대자 20mm 공중폭발탄의 격발센서가 작동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방위 사업청은 이를 숨긴 채 2014년 7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양산 의결안을 올렸고, 이 과정에서 기품원의 반대 의견까지도 무시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성능에 이의를 제기한 기관을 배제하면서 사업을 강행한 의도가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방위사업청은 이는 과거의 문제로 “지금은 소프트웨어 보완과 재설계로 보완을 마친 뒤 정상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입수해 공개한 지난 7월 방위사업청이 직접 작성한 이라는 내부 문건에 따르면 “EMI(전자기파)가 사격통제장치 및 신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언제든지 동료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문건은 ▲살상력·명중도가 떨어지고 ▲K-2 소총의 2배 무게(6.1㎏)에 공중폭발탄 탄창까지 더하면 개인화기로 사용하기에는 휴대성이 떨어지는 데다 ▲민감한 전자제품으로 툭하면 고장이 나고 개인이 수리가 불가능해 일선부대에서 외면 받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 누구도 만들지 못한’ 총으로 불리던 K-11은 이제 그 누구도 쓰지 않으려는 총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은 이제 불량품과 동일어
사실 한국형 무기 개발의 부실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1년 9월 21일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정의화 의원(한나라당, 현재 국회의장)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한데 따르면 K9 자주포, K1A1 전차, K2 전차, K21 장갑차, K11 복합소총 등 K계열의 무기치고 문제점을 안고 있지 않은 무기가 없을 정도였다. 이처럼 ‘K계열(한국형) 지상무기 전력화 사업’이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자 “‘한국형’이라는 단어가 붙는 무기는 ‘불량품’이라는 수식어와 같은 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당시 추정된 이들 K계열 무기 개발에 쏟아 부은 돈만 해도 4682억원이었으며, 양산 비용은 무려 17조5729억원으로 계상돼 있었다.
불량과 부실은 이런 K계열 무기의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무기 도입 사업들의 부실은 규모도 크고 더더욱 심각하다. 대당 1835억 원(무기 운용유지비 포함)에 40대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F-35A 구매 사업(7조3천418억원 규모)은 F-35의 엔진 결함에다 성능 미달 등의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미 정부조차도 구입규모를 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런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우리의 경우 이를 정부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하면서 추가로 2000억원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미 정부와 F-35A 40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구매금액의 4.35%를 각각 FMS 행정비와 계약행정비로 지불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2천억원을 넘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2011년 9월 국방위원회 정의화 의원(한나라당, 현재 국회의장)이 입수해 분석한 한국형 무기 개발 현황과 문제점.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도입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반면 F-35에 대한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는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단발엔진의 태생적 한계와 수백건의 기체결함으로 신뢰성이 떨어지고 지속적인 가격상승으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한 실패작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동성은 F-4와 비슷한 수준이고 F-16, F/A-18보다 성능이 떨어지며 최대속도는 마하 1.6으로서 5세대 전투기라고 할 수 없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도 이처럼 무기를 개발했지만 실전에서 하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아예 수출을 해서 팔아먹은 상태에서도 불량문제가 발생할 정도니 군수산업의 비리, 국방예산의 낭비와 부실은 미국이라고 나을 게 없다. 뿐만 아니라 10월 초 독일의 무기획득사업을 조사해 평가한 보고서를 보면 독일마저도 절반에서 많게는 3분의 2 정도가 작동 불능으로 판명이 났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제3의 독립적인 기관이 실태조사를 할 경우 과연 멀쩡한 무기가 얼마나 될지 암담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는 미국이 안고 있는 부실과 불량의 폐해를 고스란히 뒤집어 쓰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F-15K의 지상공격 주력무기로 2006년 미국으로부터 1발당 20억원에 모두 42발을 도입한 슬램-ER(통합직격탄) 공대지 미사일의 경우가 그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3월 13일 공군은 “슬램-ER 2발을 최근 테스트한 결과 미사일 추진체 엔진 결함과 탄착점이 오차범위를 초과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 전체 보유량에 대한 운용을 지난 주부터 중단했다”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상황에서 이 미사일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현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국내조립분) 134대의 레이더와 주임무 컴퓨터 등을 개량하는 사업에 1조7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책정한 국방부는 미 정부와 방산기업인 BAE 시스템스가 애초 계약 당시보다 무려 40%나 인상한 8000여억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해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성능 개선은 고사하고 일상적인 부품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음으로 해서 엄청난 전력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KF-16와 F-15K 등을 운용하는 공군전투비행단에 따르면 이들 주력 전투기들의 핵심장비 가운데 피아식별장치를 비롯해 RWR(북한이 레이더를 켜면 이를 조종사에게 경고하는 전자장비), ASPJ(북한의 레이더 탐지를 방해하는 전자장비) 등 민감한 전자부품의 고장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이를 정비할 권한이 우리에겐 없다는 것이다.
신형 무기의 설계상 구조적 결함을 논외로 하더라도 첨단 무기는 단순한 하자는 물론이고 끝없는 불량과 부품의 정비 등 운용까지 감안하다 보면 엄청난 유지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기존 무기는 내팽겨둔채 실전에서는 써먹지도 못하는 그럴듯한 성능만을 내세운 또 다른 신무기에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배정한다. 그리고 나서는 불과 몇년이 지나면 처치가 곤란한 애물단지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 군사 전문 블로그 사이트엔 이런 댓글이 있었다.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려는 사업들은 순조로운데...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업들은 난관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집단 가혹행위로 인한 28사단 윤일병 사망사건과 역시 군대내의 야만적인 폭력으로 촉발된 22사단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을 놓고 인터넷에선 ‘참으면 윤 일병 못참으면 임 병장’ 그러나 죽는 건 매한가지라는 말이 회자됐다. 이 와중에 17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해 구속되는 창군 이래 초유의 사건마저 발생했다. 오죽하면 “우리 군의 적은 우리 군이다”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럼에도 군은 여전히 무기 구입 개발을 둘러싼 부실과 부정이 더욱 커지고 노골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녕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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